이 기사는 02월 04일 10: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상(上)편에서 95%의 기업이 AI 혁신에 실패하는 냉혹한 현실과 그 원인으로 '정적(Static) AI'의 한계를 짚어보는 한편, 구성원의 90%가 회사 정책 밖에서 자발적으로 AI를 활용하며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기업은 구성원들이 가진 ‘Shadow AI(개별적 AI 활용)’의 에너지를 기업의 역량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개인의 자발적인 에너지를 어떻게 증폭시키고 조직의 AI 혁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지 그 방법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먼저, 기업의 업무에 대해 간단히 정의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기업 내에서 직원들이 처리하는 업무는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각자의 산출물이지만, 기업의 관점에서는 사전에 정의된 흐름에 따라 처리된 결과이다. 즉, 모든 업무는 단절된 개별 과업의 집합이 아니라, 각 부서의 역할과 책임이 서로 얽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세스(Process)'인 것이다.
따라서, 앞서 Shadow AI로 이야기한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LLM 모델만으로 개별 직원의 성과는 일부 개선이 가능할지 몰라도, 기업이 설계한 프로세스의 관점에서는 큰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AI를 도입한 기업 구성원이 '학습되지 않은 인턴'이라 불평하는 이유도, 부분적으로 AI의 기능이 뛰어날지 몰라도 정작 옆 부서와의 업무 연계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 전후 관계(Context)를 학습하지 못하고 사용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수준이라면, 이를 통해 유기적인 프로세스를 개선하기는 역부족이다.
현재 AI 기업 중에서 업무 흐름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는 미국의 팔란티어(Palantir)다. 팔란티어의 CEO 알렉스 카프는 작년 한 행사에서 시장이 지나치게 LLM에 치중되어 있는 현상을 비판하면서, "LLM은 가공되어야만 하는 원자재일 뿐(An LLM is a raw material that must be processed)"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직원 각자는 “점(Dot)“이고, 기업은 이러한 점들을 연결하는 “선(Process)“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진정한 AI 혁신은 이러한 선을 재배치하면서 점들을 다시 연결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기업은 이전에도 이러한 선의 재배치를 경험한 적이 있다. ERP 도입이나 BPR(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이 진행될 때 업무 흐름은 전면 재검토되었고 경영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었다. 그러나 AI를 통한 혁신은 과거의 재배치와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시스템이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의 폭'(비정형 데이터의 통합)과 이를 최적화하는 '분석의 깊이'(미래 시나리오 예측 및 제안)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혁신이 완성되는 시기가 되면 우리가 걱정했던 데로 인간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을 생각해 보자. 팔란티어와 같은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데이터를 프로세스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기술은 여전히 개발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업이 현시점에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재배치하고 싶어도, 내일이면 더 발전된 기술이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ERP 혁신에는 벤더(Vendor)들이 완성된 시스템과 모범 사례(Best Practice)를 제공했지만, 지금의 AI 시장은 아직 완성된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다.
따라서, 기업은 혁신 기술의 완성도가 만족할 수준에 이르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동적으로 기다려서는 안 된다. 기술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전사적 AI 혁신의 청사진을 그리고 수정해 가야 한다. 이와 함께 자체적인 혁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즉, '점'의 역량을 키우면서 훗날 '선'을 연결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점의 역량 개발에 있어 앞서 설명한 Shadow AI는 구성원 역량 강화의 중요한 단초가 된다. 구성원의 역량 개발에 있어 핵심은 각 구성원의 태도다. 투자는 기업이 정할 수 있지만, 이를 수용하는 구성원의 태도는 기업이 강제로 조절할 수 없다. 어떤 기업은 조직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파이썬 등 전 사원에 대한 코딩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마치 낯선 외국서 수업을 하루 종일 듣고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구성원 각자 각자에게 그 교육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또, 현업에서 활용하기 학습에서 사용된 라이브러리를 얻으려 하면 보안과 관련한 승인과 기술적 문제를 풀기위해 한참의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구성원 개인은 오히려 절망을 느낄 수도 있다.
기업이 AI 역량 강화를 위한 '샌드박스(놀이터)'를 조성한다면서 무작정 코딩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지가 없는 구성원들에게 환경 없는 강제 교육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귀찮은 모래바람일 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유튜브를 통해 접한 국내 G사의 AI 혁신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G사는 연초에 AI 혁신에 관심 있는 인원을 선발하여 기본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각자의 업무에서 실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Agent)를 개발하도록 지원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보안 등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개발된 약 200~300개의 Agent 중, 1년 뒤까지 남아 기능하는 것은 10개 미만일 것이라고 한다. 단순한 숫자로만 보면 낮은 성공률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남아있는 10개의 Agent보다 더 값진 성과는 실패한 290개를 만들며 성장한 구성원들의 경험이다. 그러나 작은 성공을 경험하고 현업으로 다시 돌아간 인적자원이 스스로 자신의 위치에서 이후의 변화를 준비하고 전파할 수 있다면 이는 미래 AI혁식을 지원하는 엄청난 자산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Shadow AI의 높은 수용률은 구성원 개개인의 혁신에 대한 관심과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는 향후 기업 혁신의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어떻게 이러한 의지를 키우고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간과(看過)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교육 코스 몇 개로 해결될 수 없음을 인지하고 구성원의 관심과 니즈에 맞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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