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코스피 5000포인트’라는 장밋빛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그리고 로봇을 필두로 한 성장주들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한다. 불과 6개월 전, 아니 3개월 전에만 이 주식들을 매집한 투자자는 축제일 것이다.이럴 때 “배당주를 찾아보라”는 말은 마치 페라리를 타고 질주하는 사람에게 자전거를 권하는 것처럼 공허하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가 레이서일 수는 없다. 또한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가 그래프를 보며 ‘지금이라도 들어간다’, 이 또한 야수의 심장이 필요하다. 고민하는 당신에게 감히 제안한다. 우리나라 밸류업의 시작이며, 장기적으로 고배당을 약속한 ‘한국의 금융주’를 주목하라고. 성장주의 파티가 끝날 때 소외된 가치주의 매력이 빛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의 손익은 2022년 이후 매우 좋다. 2025년 3분기까지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을 보면 KB금융은 누적 영업이익 6조7000억원으로 이미 2023년 연간 실적을 넘어 ‘압도적 1위’를 입증했다. 하나금융은 4조4000억원으로 전년 연간의 90% 이상을 3분기 만에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도 5조9000억원으로 2024년 연간 실적에 근접해 이익 체력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우리금융은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비용 효율화와 수익 다변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결산공시가 되면 연간 8~9% 높은 영업이익률이 기대된다.
실적이 좋다고 금융주를 추천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한국 금융주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3가지 구조적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첫째,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한 금융사들의 강력한 ‘배당 의지’다. 과거 금융주는 ‘관치금융’의 그늘 아래 주주환원에 인색하다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2025년부터 많이 달라졌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단순한 이익잉여금 적립을 넘어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완전히 수정했다. 그러니 과거와 달리 ‘좋은 실적=배당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이뤄진다는 예고다. KB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초과 자본은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세웠다. 이는 남은 돈(이익)은 회사에 쌓아두지 않고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선언이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2025년 주주환원율 48.1%를 예고하며 이익의 절반을 주주와 나누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제 금융주의 배당은 ‘주면 받고 안 주면 마는’ 보너스가 아니라 당연히 투자자에게 약속한 이익 배분이다.

둘째,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투자’가 가능한 분기 배당 시스템의 정착이다. 과거 한국 주식시장은 연말에 주식을 사고 이듬해 3월 주총이 끝나야 배당금을 알 수 있는 ‘깜깜이 배당’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금융당국의 배당 절차 개선과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2024년 3·4분기부터는 배당금 규모를 먼저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특히 KB금융,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분기 배당을 정례화했다. 이는 투자자에게 3개월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 Flow)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가가 횡보하더라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배당금은 투자 심리를 지탱하는 강력한 버팀목이 된다. 게다가 이달 2월은 결산 배당 공시를 확인할 수 있어 중요한 시기다. 결산 배당 공시를 통해 확인된 배당기준일 전에만 매수하면 확정된 배당을 받을 수 있으니 불확실성을 극도로 싫어하는 보수적 투자자에게 이보다 더 안전한 안전장치는 없다.
셋째,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섹터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들의 가치 제고다. 그리고 그 중심이 금융주다. 단순히 현금을 나눠주는 배당을 넘어 회사가 직접 주식을 사서 없애 버리는 ‘자사주 소각’은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가치(BPS)를 즉각적으로 높여주는 가장 강력한 주주 환원책이다. KB금융은 2026년 1월 1.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분기마다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며 주식 수를 줄이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감액배당’이라는 획기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배당 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주주들이 내야 할 15.4%의 배당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세후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엄청난 매력 포인트가 된다. 물론 반문이 있을 수 있다. “KB금융이나 신한지주 같은 대형주는 이미 많이 오르지 않았나?” 맞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가장 먼저 입은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이미 2025년 4월 이후 100% 상승했다.
그렇다면 아직 시장의 주목을 덜 받았지만 알짜배기 매력을 가진 중소형 금융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여기, 대형주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숨겨진 보석을 소개한다.
JB금융지주는 지방 금융지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성과 구체적인 환원 목표를 제시하며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장기 목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총주주환원율 50%, 그리고 주주환원액 중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비중 40% 설정을 공식화하였다. 특히 2026년까지의 3개년 실행 방안으로는 ROE 13% 이상 유지, 주주환원율 45% 달성, 현금 배당성향 28% 고정을 제시한다. 또한 이를 초과하는 재원은 전량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증권사 중에는 대신증권이 ‘세금 없는 배당’의 마법을 강조한다. 이미 대신증권은 27년 연속 현금 배당을 이어온 전통의 배당 명가다. 우리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세금 없는 감액배당을 매력 요소로 내걸었다.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PF 시련을 극복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푸른저축은행도 배당에 동참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164억 원)이 이미 전년 전체 실적(78억 원)을 넘어섰으며 과거 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해 온 고배당 성향을 고려할 때 배당 재개 및 확대가 유력하다. 2월 공시될 BIS 자기자본비율을 확인하고 진입한다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아닌 ‘로 리스크, 미들 리턴’을 기대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 관련해서는 신영증권과 부국증권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발행 주식의 절반 가까이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부자’들이다. 신영증권의 자사주 비율은 51.23%, 부국증권은 42.73%에 달한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자사주 소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보유한 자사주는 잠재적인 주가 상승의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밸류업 정책의 벤치마킹 대상을 다시 생각해 보자. 일본이다. 일본 증시 역시 정부의 강력한 PBR 개혁 정책으로 ‘잃어버린 30년’을 뒤로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리고 그 상승장의 중심에는 만년 저평가주였던 은행, 상사, 보험주들이 있었다. 자본 효율성이 개선되고 주주환원이 늘어나자 글로벌 자금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것이다. 지금 한국 금융주가 걷고 있는 길은 일본이 먼저 걸었던 그 ‘성공의 방정식’과 유사하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금융은 단순한 지원 부서가 아니라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순환시키는 심장이다. 코스피 5000 시대의 길목에서 화려한 성장주에 현혹되어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냉철하게 숫자를 보자. 시장이 안정화되었을 때 실적으로 증명하고, 배당으로 약속하며, 정책으로 뒷받침되는 한국 금융주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은행 재무제표 점검할 땐 이렇게
가계 또는 기업대출의 비중을 점검하는 ‘여신(대출채권) 구성’,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을 구분해 보는 ‘수익 구조’와 배당 여력을 판단할 수 있는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PBR(주가순자산비율)’ 추이를 분석시키면 좋다. 또한 금융 배당주 선별을 위한 3가지 결정적 질문(Checklist)을 AI에게 기억시키거나 묻자. 위의 질문으로 수익성을 검증했다면 배당성향을 확인하자. ①최근 3년간 ‘배당성향’의 변화와 ‘자사주 소각’ 실적이 있는가?" ②CET1(보통주자본비율) 수치가 가이드라인(보통 13% 이상)을 상회하는가? ③지난해 실제 배당금 총액과 현재 주가로 시가배당률 계산해줘.
※상기 글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고해 작성한 내용입니다. 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 읽기’를 통해 기업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승환 재무제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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