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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험이 '통행세' 됐다…글로벌 물류비 올린 '리스크 보험료' [글로벌 머니 X파일]

입력 2026-02-05 07:00   수정 2026-02-05 1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글로벌 무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류비용을 높이고 있다. 이전엔 관련 비용의 변수였던 '전쟁 및 해상 리스크 보험료'가 구조적인 비용으로 고착화하면서다.
반군 리스크로 추가 해운 보험료
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024~2025년 홍해를 위협했던 후티 반군 리스크가 올해 들어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 휴전 협상과 다국적 해군의 호위 작전이 정착하면서 한때 선가의 1%를 상회했던 추가 전쟁 위험 프리미엄(AWRP)은 약 0.2% 수준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위기 이전의 평시 요율(0.03%)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리스크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비용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다. '추가 전쟁 위험 프리미엄' 0.2%의 뜻은 선가 1억 달러 선박 기준 매주 20만 달러의 비용을 뜻한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영구적인 '통행세'처럼 붙었다.

글로벌 해상 보험료는 대부분 런던과 버뮤다의 민간 보험 시장에서 결정된다. 조약이나 행정 명령으로 철회할 수 없다. 물리적 위협이 사라진 뒤에도 시장의 공포 심리와 자본 보전 본능에 의해 유지되는 '하방 경직성'을 특징으로 한다. 운임은 시장의 충격 후 비교적 빠르게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탄력성을 보인다. 반면 전쟁 위험 보험료는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보통 해상 보험료는 컨테이너 하나당 붙는 미미한 수수료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전쟁 위험 보험료는 그 규모와 부과 방식에서 운임 자체를 압도하는 비용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 전쟁 위험 보험료가 관세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핵심 이유는 그 산정 기준이 화물의 무게나 부피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선박의 자산 가치'가 기준이다. 화물의 양과 무관하게 고가의 최신 선박일수록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해당 비용은 항해 전체가 아니라 위험 구역에 체류하는 기간(보통 7일)을 기본 단위로 부과된다. 항만 적체나 피격 위협으로 선박이 8일간 위험 구역에 머무른다면, 선주는 즉시 두 번째 7일 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2월 기준 선가 2억 달러에 달하는 최신 LNG 운반선이 흑해나 호르무즈 인근 위험 구역을 통과한다고 가정해 보자. 요율이 1.0%라면, 단 7일간의 통행료로만 200만 달러(약 27억 원)가 청구된다. 이는 선박의 하루 운영비를 수십 배 상회하는 금액이다. 운임 수입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거나 화주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전쟁 위험 보험료는 누가 부담
다만 보통 선주가 해당 비용을 최종적으로 부담하지는 않는다. 해운 시장의 계약 구조는 이 비용이 화주에게 즉각적이고 기계적으로 전가되도록 설계돼 있다. 스팟 용선 계약에서 AWRP(추가 전쟁 위험 보험료)는 보통 용선자가 부담한다. 이는 운임 지수의 하락과 무관하게 화주의 실질 원가에 즉시 반영된다. 화주는 운임을 깎더라도 보험료라는 별도의 청구서를 피할 수 없다. 컨테이너 선사들은 이 비용을 '전쟁 위험 할증료'라는 명목으로 화주들에게 청구한다.

최근 글로벌 해상 리스크 지역이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홍해의 위협이 줄어가는 사이에 흑해는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드론 공격이 상선과 항만 인프라를 직접 겨냥하면서 보험료가 급등했다. 작년 말 0.6~0.8% 수준이던 흑해 기항 보험료는 지난달 선가의 1.0%까지 치솟았다.

그리스 선적 유조선들이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에너지 운송 선박들의 리스크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흑해는 세계적인 곡물과 에너지의 출구다. 선가의 1%라는 보험료는 우크라이나산 옥수수나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가 꼽힌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지역이다. 최근 이란 소형 선박들이 미국 국적 유조선에 접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 보험료가 흑해 수준(1%)으로 폭등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전쟁 전조'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란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에 배럴당 7~10달러의 프리미엄을 얹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운임은 내려가도 보험료는 그대로
운임에 비해 보험료 변동이 적은 것도 업계엔 부담이다. 올해 해운 시황을 보면 선복량 과잉 공급으로 컨테이너 스팟 운임은 하향 안정화 추세에 있다. 그러나 보험료는 거의 그대로다. 보통 해상 보험료는 한번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들은 자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요율을 급격히 올린다. 반면 사고가 멈췄다고 요율을 즉시 내리지는 않는다. 이들은 '언제든 다시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근거로 높은 요율을 유지한다.

1차 보험사들은 해당 리스크를 재보험사에 전가한다. 재보험 계약은 보통 1년 단위로 이루어진다. 작년에 발생한 손실로 2026년 재보험 요율이 인상되면, 1차 보험사들은 올해 내내 현장에서 사고가 없어도 높은 보험료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 시차는 보험료가 실물 경기의 회복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반응하게 만든다.

S&P 글로벌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동에서 유럽으로 가는 LR1 탱커(6.5만 톤급)의 운송 비용을 분석한 결과, 홍해 경유가 희망봉 우회보다 물리적 거리는 짧지만 비용은 더 비싸거나 비슷하게 평가되는 구간이 발생했다. 홍해 경유 시 톤당 52.31달러, 희망봉 우회 시 톤당 50.77달러였다. 물리적 거리가 짧은 항로가 더 비싼 이유는 '보험료' 때문이다.

한국 해운사들에 이런 '보이지 않는 관세'는 역설적으로 실적의 방어막이 되고 있다. 홍해 리스크로 희망봉 우회(항해 거리 증가)가 선복량을 흡수하면서 운임 하락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는 호재일 수 있다. 리스크가 높을수록 화주들은 낡고 느린 배보다는, 빠르고 안전하며 보험료 할인받을 수 있는 최신형 선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수출 제조 기업에는 비용 부담이다. 유럽으로 향하는 물류비에 포함된 각종 할증료(WRS)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동유럽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품목일수록 이 해상 보험료의 타격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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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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