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대규모 인력 재편을 단행하는 동시에,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는 직원을 파격적으로 포상하는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AI가 단순히 일자리를 위협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다.
3일(현지시간) 테크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올해 중순부터 직원 평가 도구인 ‘체크포인트’를 도입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평가 지표에 ‘AI 기반 성과’를 포함시킨 점이다.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생성한 코드 양과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 기여도를 수치화해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메타는 AI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자사 AI모델 라마 뿐만 아니라 구글 제미나이3 프로, 오픈AI GPT-5 등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메타는 지난달 22일 전사 회의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성과는 AI 도입 여부와 점점 더 연관될 것”이라며 “‘AI 기반 성과’를 입증하는 직원들에게 더 높은 보상이 주어진다”고 예고했다.
보상 체계도 파격적으로 개편했다. 성과에 따라 상위 20%에게는 기본 보너스의 200%, 극소수 최상위 성과자에게는 ‘메타 어워드’와 함께 300%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반면, 하위 3%의 직원에게는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냉혹한 차등 보상을 예고했다.
샌프란시스코 핀테크 기업 브렉스(Brex)는 직원들이 AI로 업무 효율을 높일 때마다 ‘즉시 보상’을 제공 하고 있다. 간단한 업무 자동화부터, 업무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기술까지 성과가 확인되면 보너스를 지급한다. 최소 150달러가 넘는 성과급이 225건 이상 집행됐다.
IBM은 매년 AI 경진대회인 ‘왓슨X 챌린지’를 열어 전 세계 직원들과 파트너사의 혁신 사례를 공유한다. 44개국에서 온 직원 350여명이 최우수 AI 제품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혁신을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다. 또 직원이 실용적인 AI 활용 사례를 발견할 경우 사내 포인트인 ‘블루포인트’도 지급한다.
AI에이전트 스타트업 원마인드는 “AI로 업무를 자동화하고 회사를 나가라”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보통 수년이 걸리는 스톡옵션 행사 권리(베스팅)를 업무 자동화에 성공할 경우 즉시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아만다 칼로우 원마인드 창업자는 “자동화에 성공하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원마인드에서도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도입에 성공한 우수 기업들의 공통점은 직원들에게 AI를 사용할 때 느끼는 진입 장벽을 낮춰줬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 프롭테크 기업 오픈도어는 구글 독스·시트 등 기존 업무용 소프트웨어 대신 AI 개발 도구인 커서나 클로드 코드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대신 프롬프트를 입력·저장할 수 있는 별도 사이트를 열어줬다. 보안·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없이 안전하게 AI를 쓸 수 있는 운동장을 제공한 것이다.
브렉스는 챗GPT·클로드·제미나이 등의 유료 라이센스를 일괄 구매해 직원들의 비용 부담을 없앴다. 또 비(非)개발자도 앱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 리툴(Retool)을 도입한 결과 수십 개의 내부 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보다 보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스콧 스나이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선임 연구원은 “비용 절감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혁신과 성장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보다는 직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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