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트윈’ 개념을 산업 현장에 도입한 다쏘시스템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팩토리’에 적용될 ‘월드모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AI 가속 컴퓨팅을 기반으로 다쏘시스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결합해 산업용 운영체제(OS)를 구현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하이브리드 제조공장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공장에 적용될 OS를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다양한 산업에서 제조 데이터를 보유한 한국엔 위기이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다쏘시스템의 연례행사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사로 나섰다. 막강한 동맹으로 불리는 오픈AI와 ‘불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터라 이날 황 CEO의 발언에 더 관심이 쏠렸다. 그는 “전 세계가 재산업화 국면에 들어섰다”며 “AI와 버추얼 트윈의 결합으로 이런 이름이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GPU 수요처 발굴에 혈안인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가 오픈AI 등 AI모델 기업에서 다쏘시스템 같은 AI 응용 기업으로 바뀌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황 CEO가 말한 재산업화란 전 세계 제조 공정의 AI 전환이다. 고성능 AI 칩 위에서 버추얼 트윈이 끊임없이 설계·실험·검증을 반복하며 ‘현실에 바로 투입 가능한 산업 모델’을 만들고, 이를 적용한 AI 팩토리가 대세가 될 것이란 얘기다.
황 CEO는 이런 변화가 향후 5~10년간 반도체·슈퍼컴퓨터·AI 팩토리로 이어지는 산업 지형 재편과 맞물려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는 물과 전기, 인터넷처럼 모든 산업의 기반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AI 칩을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 이를 조립하는 컴퓨터 공장, 그리고 AI를 실제로 가동하는 AI 팩토리가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다쏘시스템을 파트너로 낙점한 건 이 회사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높이 사서다.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다쏘에서 1981년 분사한 다쏘시스템은 전투기 등을 설계하기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CATIA 등)를 자동차·중공업·플랜트·조선 등으로 확장하면서 3D(3차원) 디지털 모델을 산업 표준으로 격상시켰다. 최근엔 디지털 트윈을 일종의 ‘AI 훈련장’ 개념으로 발전시키며 AI와 물리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산업용 월드 모델 표준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 팩토리와 버추얼 트윈의 결합은 대기업뿐 아니라 ‘롱테일’에 있는 중소 제조사와 설비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황 CEO는 “(생성형 AI와 피지컬 AI를 결합하면) 사전에 모든 동작을 코드로 짜 넣는 명시적 프로그래밍에서 사람이 몇 번 시범을 보이기만 해도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는 암시적 프로그래밍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로즈 CEO는 포인트 클라우드·영상 기반 3D 재구성과 표준화된 버추얼 트윈을 통해 “기존 공장과 장비까지 가상 세계로 끌어올려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공장’을 구현하겠다”고 했다.
AI 팩토리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기술 패권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최종 목표다. 중국은 미국과는 정반대 전략을 펴고 있다. GPU 등 첨단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미국 등 서방에 뒤처져 있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현장 데이터를 최대한 디지털화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AI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는 중국 정부 주도하에 공장뿐만 아니라 교통·물류·통신·전력·건설 등 인프라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월드 모델을 구축 중”이라며 “거꾸로 현실 데이터가 부족한 미국은 가상으로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첨단 소프트웨어로 표준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스턴=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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