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관세청 및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다 적발된 건수는 3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22건) 대비 10년 새 큰 폭으로 줄었다. 단속 금액 역시 같은 기간 1764억원에서 19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외환 자금세탁 적발 건수도 48건(920억원)에서 4건(17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재산 도피나 자금세탁 관련 단속 건수 및 규모가 줄어든 것은 수사망을 피해 간 지능 범죄가 판을 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세탁 의심 거래가 폭증하고 있지만 이전 수단과 방법 역시 지능화하고 있다”며 “중계무역 등 특수무역 거래, 가상자산 거래와 같이 당국이 추적하기 어려운 수단을 쓰거나,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아 편법 증여 목적의 합법적 사업 구조로 위장해 단속을 회피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FIU에 따르면 A기업 오너 B씨는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녀 소유의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해외 거래에 끼워 넣어 수수료를 몰아주고(해외 재산 도피), 이 자금으로 본사 소유의 중국 현지 법인을 인수하는 편법 경영 승계를 시도하다 수사당국에 적발됐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씨는 허위 해외 직접투자 명목으로 국내 법인 자금을 현지 법인에 송금하거나, 해외 페이퍼컴퍼니에서 가치가 없는 상품을 들여오면서 수입 가격을 고가로 조작한 뒤 해외 비자금 수백억원을 조성해 붙잡혔다.
수사당국 입장에서는 조세피난처로 자금을 빼돌리는 재산 도피 범죄가 큰 골칫거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부터 5년간 케이맨군도 등 주요 조세피난처 15곳으로 송금된 금액은 총 39조341억원에 달한다. 이 중 러시아(2조1799억원), 케이맨군도(1조6964억원), 버뮤다(1131억원), 파나마(881억원) 등이 주요 도피 국가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조세 회피, 비자금 조성 등 재산 도피 성격의 자금 이동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00만원 이상 고액 현금 거래 보고(CTR)는 2047만128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상생활에서 현금 사용량이 많이 감소한 것과 달리 고액 현금 거래는 수년째 2000만 건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출처를 은닉·위장하려는 대부분의 자금세탁 거래가 고액 현금 거래를 수반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역외 탈세, 변칙 증여 등 신종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모가 직접 구입한 가상자산이 담긴 전자지갑을 자녀가 소유·사용하게 하고, 발생한 수익을 자녀 명의로 출금하는 방법으로 편법 증여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묘해지는 범죄 수법에 맞서 감시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종 자금세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가상자산 등을 활용한 초국경 범죄를 적발·차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하거나 글로벌 선진국과 공조를 강화해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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