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북한 핵을 공인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군사적으로는 현실적 위협이며 억지력을 어떻게 갖느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북한 위협, 동맹의 변화, 인구 절벽, 기술 혁명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단해야 합니다."
강건작 전 육군교육사령관은 국방부가 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와 개최한 '국방개혁 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했다. 강 전 사령관은 "핵 무기와 더불어 120만에 달하는 북한군 재래식 전력의 양적 위협은 (우리 군의) 질적 우위만으로 완전히 상쇄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군은 드론전과 전자전에 빠르게 적응했고 중국의 인공지능(AI)와 로봇 기술력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강 전 사령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첨단 무기가 등장한 동시에 전투가 참호·진지전으로 회귀한 사실을 지적하며 "(군사적)기술이 균형을 이루면 다시 양적 전력이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 강군, 새로운 국방개혁의 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급변하는 안보환경과 전쟁 양상, 병역자원 감소 등 구조적 도전 속에 우리 군이 추진해야 할 국방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안재봉 전 연세대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인구절벽에 대비해 병력과 부대, 전력의 통합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원장은 2000년대 이후 과거 정부의 국방개혁 논의를 소개하며 "주로 정치적 논리로 목표를 정해놓고 개혁을 추진한 사례가 많았고 이는 반쪽짜리"라고 꼬집었다.
김윤태 전 한국국방연구원장은 군 인력 감소에 대응해 민간 인력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김 전 원장은 "군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부대 구조와 임무는 그대로 두고 부족한 인력으로 무리한 운영을 해선 안되며 반드시 개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의 비전투 영역은 민간으로 전환해 현재 군 관련 전체 인력의 10%에 불과한 민간 부문을 4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미국은 40% 이상을 민간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국방개혁특별자문원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주제토론에서도 군 인력과 관련된 다양한 개혁 방안이 제시됐다. 손한별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 핵·WMD대응연구센터장은 "현재 300만 예비군에 대해선 행정적으로 동원·관리에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을 뿐 전략이나 작전에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계획이 미흡하다"며 "이스라엘의 사례를 참고해 예비군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육·해·공 구분 없는 통합적인 군의 운용 필요성을 강조했고, 사이버·전자전 등에 관련해선 적대국에 의한 소프트웨어 공급망 오염으로 무기 체계 등이 오작동할 우려가 제기됐고, 사이버 공격의 원점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사이버 킬체인' 구축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해 올해 수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축사에서 "북핵 위협의 고도화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전, 인구 절벽 등 우리 앞에 놓인 도전에 대한 우리의 응전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라며 국방개혁의 추진을 당부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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