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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공룡’ 주가가 올 들어 맥을 못 추고 있다. 인공지능(AI) 수혜는커녕 역습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법률 검토, 재무관리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전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AI가 급속히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면서다.
◇소프트웨어 종목 ‘공포의 화요일’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북미 기술소프트웨어지수는 4.68% 급락한 1797.51로 거래를 마쳤다. 북미 지역에 상장한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 111개로 구성된 지수다. 지수 내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팰런티어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했다.
소프트웨어 업종 대장주인 마이크로소프트는 2.87% 하락했고, 세일즈포스(-6.85%) 오라클(-3.37%) 어도비(-7.31%) 등이 크게 조정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하루 동안 소프트웨어와 금융데이터산업에서 시가총액 3000억달러(약 435조원)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도화선에 불을 댕긴 건 지난달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내놓은 AI 모델 ‘클로드’의 업무용 모드인 ‘클로드 코워크’다. 클로드 코워크는 법률 분야를 포함해 영업과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 업무를 두루 수행한다. 계약 검토와 문서 분류, 리서치 요약, 정형 보고서 작성 등 반복적 전문 업무가 대상이다. 연간 수천달러짜리 계정을 여러 개 사고, 전문 서비스 근무자를 동원해야 하던 업무를 월 최대 200달러에 자동화할 길이 열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용 소프트웨어산업을 일궈낸 ‘사용자당 과금’ 모델이 완전히 대체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라클과 SAP, 세일즈포스 등 소프트웨어 기업 역시 자사 서비스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선 요금을 정기적으로 인상하거나 최소한 기존 계정 수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반면 AI 개발사는 새로운 기능 구현에 성공할 때마다 신규 시장에 진입하는 셈이다. 애초 경쟁이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자는 소프트웨어 주식을 앞다퉈 팔아치우고 있다. 미국 증권사 제프리스의 제프리 파부자 트레이딩부문 부사장은 “(소프트웨어 주식이라면) 가격을 따지지 말고 일단 팔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데이터센터로 위기 확산하나
소프트웨어 기업을 향한 시장 우려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했거나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거론된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미국 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는 전체 운용자산의 약 20%를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 및 대출에 할애하고 있다. 이날 S&P BDC지수가 2.57% 하락한 배경이다. 소프트웨어 기업 지분을 보유한 아레스매니지먼트(-10.15%) KKR(9.69%) 등 사모펀드 주가도 많이 밀렸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아마존 알파벳 등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주 고객이기 때문이다.대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AI 개발사보다 뛰어난 역량을 선보이는 소수의 소프트웨어 기업은 이번 위기에서 비켜갈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도 일부 제기됐다. 투매 분위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바탕으로 6.84% 급등한 데이터 분석업체 팰런티어가 대표적이다. 팰런티어는 사용자마다 비용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처리한 데이터와 서비스 사용량에 맞춰 과금하는 종량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존 그레이 블랙스톤 최고운영책임자는 “AI가 경제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며 “특정 시장을 장악한 독점 기업이라도 이런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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