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세계 1위 풍력터빈 제조업체인 중국 골드윈드에 칼을 빼 들었다. 중국 기업의 유럽 공세가 거세지자 EU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골드윈드에 대해 외국 보조금 규정(FSR)에 따른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에서 받은 보조금이 골드윈드의 유럽 시장 내 경쟁력을 부당하게 강화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예비 조사 결과 골드윈드가 EU 단일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외국 보조금을 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는 내년 3분기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위반이 확인되면 골드윈드의 EU 내 자산과 사업 부문 매각, 경쟁사 우대 조치, 단일 시장 내 입찰 또는 특정 시장 접근 제한 등이 제재 수단으로 거론된다.
이번 조사의 근거인 FSR은 EU에 신고되지 않은 국가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해외 기업을 EU 집행위가 폭넓게 조사할 수 있는 제도다. 해당 보조금이 EU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EU 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FSR은 2023년 7월 도입된 이후 철도 차량, 태양광, 보안 검색 장비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상대로 잇달아 활용돼왔다.
다른 중국 풍력터빈 업체도 FSR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리카르도 카르도소 EU 집행위 경쟁 담당 대변인은 밍양스마트에너지, 엔비전 등 중국 업체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EU의 골드윈드 대상 보조금 조사를 두고 “EU가 빈번하게 단독적 무역·경제 수단을 동원해 중국 기업에 차별적이고 제한적 조처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이번 조사는) 보호주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EU 이미지를 훼손하고 중국 기업의 유럽 투자 신뢰도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중국 업체의 핵심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업계에 따르면 풍력터빈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비용은 유럽이 중국보다 약 40% 비싸다. 이런 영향으로 중국산 풍력터빈 가격은 유럽산보다 30% 이상 싼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풍력터빈 제조업체는 수년 전부터 EU에 시장 보호 조치를 요구해왔다. 중국 업체 공세로 유럽 산업의 공동화는 물론이고 에너지 안보 문제 발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럽은 10여 년 전 태양광산업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유럽 태양광산업은 2010년대 초 중국의 저가 덤핑과 과잉 공급으로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잃었다. Q-셀스, 솔론, 솔라월드 등 주요 유럽 제조사가 잇달아 파산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했다.
EU가 중국 기업에 빗장을 더욱 걸어 잠글 가능성도 크다. EU 집행위는 이달 말 중국산 저가 수입품에 대응해 유럽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산업 가속화법’(IAA)을 공개할 예정이다.
법안 초안에는 에너지, 자동차 등 역내 주요 전략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 지분 상한을 49%로 제한하고, 1억유로(약 1723억원) 이상 투자 시 사전 심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은 “현 상황에서 유럽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은 ‘메이드 인 유럽’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며 “중국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 미국에는 ‘바이 아메리카’가 있고 대부분의 다른 경제 강국도 자국의 전략적 자산에 우선권을 주는 비슷한 제도를 뒀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가”라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보조금 조사 시작한 EU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골드윈드에 대해 외국 보조금 규정(FSR)에 따른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에서 받은 보조금이 골드윈드의 유럽 시장 내 경쟁력을 부당하게 강화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예비 조사 결과 골드윈드가 EU 단일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외국 보조금을 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는 내년 3분기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위반이 확인되면 골드윈드의 EU 내 자산과 사업 부문 매각, 경쟁사 우대 조치, 단일 시장 내 입찰 또는 특정 시장 접근 제한 등이 제재 수단으로 거론된다.
이번 조사의 근거인 FSR은 EU에 신고되지 않은 국가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해외 기업을 EU 집행위가 폭넓게 조사할 수 있는 제도다. 해당 보조금이 EU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EU 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FSR은 2023년 7월 도입된 이후 철도 차량, 태양광, 보안 검색 장비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상대로 잇달아 활용돼왔다.
다른 중국 풍력터빈 업체도 FSR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리카르도 카르도소 EU 집행위 경쟁 담당 대변인은 밍양스마트에너지, 엔비전 등 중국 업체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EU의 골드윈드 대상 보조금 조사를 두고 “EU가 빈번하게 단독적 무역·경제 수단을 동원해 중국 기업에 차별적이고 제한적 조처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이번 조사는) 보호주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EU 이미지를 훼손하고 중국 기업의 유럽 투자 신뢰도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풍력터빈 시장도 장악한 중국
EU의 이번 조치는 중국 풍력터빈 업체의 시장 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글로벌 풍력터빈 제조업계에서 중국 영향력은 이미 압도적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4년 설치 용량 기준 글로벌 풍력터빈 생산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6곳이 중국 업체다. 특히 해상풍력에서 중국 기업의 시장 장악력은 더 크다. 같은 해 전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 용량 가운데 중국 비중은 50.3%로 절반을 넘어섰다.중국 업체의 핵심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업계에 따르면 풍력터빈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비용은 유럽이 중국보다 약 40% 비싸다. 이런 영향으로 중국산 풍력터빈 가격은 유럽산보다 30% 이상 싼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풍력터빈 제조업체는 수년 전부터 EU에 시장 보호 조치를 요구해왔다. 중국 업체 공세로 유럽 산업의 공동화는 물론이고 에너지 안보 문제 발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럽은 10여 년 전 태양광산업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유럽 태양광산업은 2010년대 초 중국의 저가 덤핑과 과잉 공급으로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잃었다. Q-셀스, 솔론, 솔라월드 등 주요 유럽 제조사가 잇달아 파산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했다.
EU가 중국 기업에 빗장을 더욱 걸어 잠글 가능성도 크다. EU 집행위는 이달 말 중국산 저가 수입품에 대응해 유럽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산업 가속화법’(IAA)을 공개할 예정이다.
법안 초안에는 에너지, 자동차 등 역내 주요 전략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 지분 상한을 49%로 제한하고, 1억유로(약 1723억원) 이상 투자 시 사전 심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은 “현 상황에서 유럽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은 ‘메이드 인 유럽’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며 “중국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 미국에는 ‘바이 아메리카’가 있고 대부분의 다른 경제 강국도 자국의 전략적 자산에 우선권을 주는 비슷한 제도를 뒀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가”라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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