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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와 연대로 쌓아올린 ‘BTS노믹스’의 귀환 [김희경의 컬처 인사이트]

입력 2026-02-11 16:34   수정 2026-02-11 16:35



오는 3월 21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집중된다. 아니, 벌써부터 이 얘기로 지구촌 곳곳이 떠들썩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K팝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오는 K팝 왕의 귀환 소식에 축제 분위기가 만연하다.

BTS의 컴백 공연은 정규 5집 앨범명 ‘아리랑’을 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이란 타이틀로 개최된다. 광화문이라는 공간과 아리랑 선율 자체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모든 서사가 집약되어 있다. K팝의 왕이 그 근원인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무대와 노래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다시 마주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깊다.

해당 공연은 개최 이전부터 전례 없는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가수가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TS를 보기 위해 최대 20만 명이 모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벤트가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 3억 명 가입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생중계되는 것 역시 최초이다. 세계인의 눈과 귀, 가슴에 K팝 아티스트와 한국이 가득 담기고 깊이 새겨지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전망이다.

K팝 산업이 강력한 ‘BTS노믹스(BTSnomics)’의 엔진을 달고 또 한번 크게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K팝 시장은 BTS의 등장 전후로 나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TS로 인해 압도적인 글로벌 팬덤이 형성되고 K팝이 세계 곳곳에 확산하게 됐다. 이들의 군 입대 이후에도 후배 아티스트들의 활약으로 K팝 산업은 안정적인 성과를 내긴 했지만 많은 팬들이 BTS가 하루빨리 완전체로 돌아와 전 세계를 뒤덮을 거대한 돌풍을 만들어내길 고대해 왔다. 그리하여 마침내 귀환한 BTS는 이전보다 더 막강한 BTS노믹스를 구현할 전망이다. 엄청난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세계 사람들이 이를 실시간 공유하는 유기적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니 말이다.

컬처노믹스 한계를 뛰어넘은 BTS노믹스


BTS노믹스는 컴백 공연과 월드 투어 소식만으로도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BTS는 3월 컴백 공연에 이어 4월 9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 투어에 나선다. 북미, 유럽 등 총 34개 도시에서 82회에 걸쳐 진행된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BTS 투어 계획이 공개된 이후 48시간 동안 해외에서 서울로 향하는 여행 검색량은 전주 대비 155% 뛰었다. 6월 공연이 예정된 부산은 검색량이 2375% 급증했다. 이들의 월드 투어 동선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도 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파리 숙소 검색량은 590%, 영국의 숙소 검색량은 1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교통, 식음료 등을 포함하여 BTS 월드 투어 1회 공연마다 나타날 경제 파급 효과는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어를 앞두고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추가 공연 또는 스크린 상영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BTS의 컴백에 맞춰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연 생중계는 물론 BTS의 새 앨범 제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BTS: 더 리턴’도 만들었다. 해당 작품은 3월 27일 공개된다. 이 정도면 가히 ‘21세기 비틀스’의 귀환에 걸맞은 화려하고 성대한 축하 팡파르라 할 수 있다.

BTS노믹스는 앞으로 더욱 견고하고 웅장하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컬처노믹스’와는 차별화된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컬처노믹스는 문화 산업이 갖는 경제적 가치, 또는 문화적 요소를 활용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본과 정책 중심으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경제적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문화를 ‘도구화’하는 수준에 그친 때가 많았다. 그리하여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기도 했다.

이와 달리 미국에선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가 성공하며 큰 화제가 됐었다. 스위프트노믹스는 자본, 정책, 작품이 아니라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개별 아티스트 자체가 중심이 되어 막강한 팬덤을 형성하고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 경우에 해당한다. 스위프트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진솔한 이야기로 팬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갔고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그런데 한국에서 탄생한 BTS노믹스는 이보다도 한 단계 더 나아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스위프트가 개인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면 BTS는 개인의 서사에서 출발하더라도 이를 사회적 가치와 철학으로 확장해 나간다. 어떠한 행동이나 경험을 추구하고 참여할 것인가를 팬들과 함께 고민한다. 누구나, 어디서나 BTS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 가치와 철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작게는 ‘뿌리’, ‘근원’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광화문과 아리랑을 선택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인 동시에 그 밑거름이 된 K컬처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덕분에 앨범과 공연 타이틀이 공개되자 외신들이 앞다퉈 아리랑의 의미를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한국과 글로벌 음악팬을 꾸준히 연결해온 BTS에게 ‘ARIRANG’은 고향으로의 귀환이자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사명의 연장선”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특히 이번 컴백 공연은 한국의 대표 국가 유산과 현대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성공적인 K컬처 축제로 평가될 전망이다. 대한민국이 한국을 대표할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발판이 되었고, 그렇게 성장한 아티스트가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사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BTS의 ‘위로’, ‘동행’의 가치 역시 큰 의미를 갖는다. BTS는 자신들의 노래, 유엔 연설 등을 통해 시대와 젊음의 아픔을 달래주고 용기를 북돋아 왔다. 이번 컴백 공연이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어떠한 문턱도 없이 누구나 BTS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함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있지 않은가. 이같이 BTS가 꾸준히 지켜온 가치와 철학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 되어 BTS노믹스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떠받치는 강력한 힘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디지털…BTS의 세계엔 끝이 없다


스위프트노믹스와 또 다른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다. 스위프트노믹스는 미국과 인근 국가 중심, 오프라인 중심으로 주로 형성되어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더 넓게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BTS노믹스엔 경계가 없다. 전 세계, 온·오프라인 모두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BTS가 투어를 하는 지역뿐만 아니라 멤버들이 머물렀던 장소, 식당 등을 ‘성지순례’처럼 찾는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덕분이다. 한국에선 물론 해외에서도 BTS가 거쳐간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위버스’와 같은 디지털 팬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연대하기도 한다.

BTS는 2021년 유엔 연설에서 팬데믹으로 지친 청춘들을 위로했다. 이들은 “우리는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며 “차근차근 노력하면서 해결하고 더 좋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BTS는 개개인의 마음속에 작은 파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왔다. 이젠 한국과 글로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아이콘 그 자체로서 또 한번 위대한 화합과 연대를 이끌지 않을까. K팝이, K컬처가 BTS와 함께 다시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순간이 찾아왔다. 드디어.

김희경 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kimhk@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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