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5000 시대 이후 중소형주와 코스닥에 대한 기대도 뜨겁다. NH투자증권 스몰캡팀은 “대형주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모든 중소형주가 수혜를 받기는 어렵다”며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산업 레벨업’에 올라탄 기업들만이 살아남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IT 소부장, 우주, 방산, 로봇 등 대형주가 기술 고도화를 요구하는 섹터에서 하부 생태계의 기업 레벨 자체가 한 단계 상승하는 구간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백준기 팀장은 “중소형주의 무차별 소외가 아니라 선별적 기회의 확대”라며 “대형주 사이클의 그림자에 머무르는 기업과 글로벌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역할이 명확해진 기업 간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중소·벤처 기업의 경쟁력은 장인정신보다는 ‘실행력’에서 나온다. 스몰캡팀은 수십 년간 단일 제품을 고도화해온 독일과 일본 기업 대비 한국 기업들이 업력과 기술 축적 역사에서는 열위에 있다고 솔직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의 승패는 다른 곳에서 갈린다. 속도와 유연성이다. 백 팀장은 “글로벌 고객의 요구 사항이 빠르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납기 대응 능력과 사업 구조의 유연성은 분명한 경쟁 우위”라고 짚었다. 설계 변경부터 양산 전환까지의 빠른 속도와 커스터마이징 대응 능력은 한국 중소기업들을 단순 하청 구조를 넘어 ‘고객의 문제 해결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 팀장은 “특히 반도체 등 첨단 제조 산업에서는 기술 그 자체보다 언제, 어떤 조건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가 계약 성사의 핵심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및 글로벌 고객과의 협업 경험을 통해 이러한 요구에 익숙하며 단기간 내 신뢰를 확보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 구조 변화가 가속화될수록 이러한 특성은 글로벌 강소기업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오히려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올해 상반기 스몰캡 섹터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미·중 양강 구도를 넘어 각 국가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야생의 시간’으로 정의 내렸다. 지정학적 갈등과 안보 리스크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정책 방향과 국방 예산의 변화는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변동성 요인이 된다.
또 하나의 핵심 리스크는 환율이다. 백준기 팀장은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기업들에 급격한 환율 변동성은 원가 구조와 수주 조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환율 헤지 여력이 제한적인 기업일수록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며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NH투자증권 스몰캡팀이 꼽은 상반기 최선호주는 한국피아이엠이다. 티타늄 MIM과 알루미늄 MIM 등 고난도 금속 사출 성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밀 부품 양산 역량이 핵심이다. 백 팀장은 “단순한 소재 적용을 넘어 하이브리드 신소재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밸류체인에 편입되며 신규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히든 챔피언’으로는 닷밀을 제시했다. 공간, 기술,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실감형 미디어 기업인 닷밀은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의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글로벌 수주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스몰캡팀은 “메타버스가 실제 공간 기반의 실용적 방향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닷밀처럼 실제 공간 기술을 구현해온 기업들은 구조적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며 시장의 인식 전환이 일어날 때 중소형주 특유의 높은 레버리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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