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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도 러 원유 구매 중단한다는데…모디는 침묵

입력 2026-02-05 10:36   수정 2026-02-05 14:2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인도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 및 경제적 이유로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완전히 중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우리는 아직 (석유 구매 중단에 대해) 인도로부터 어떤 입장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인도의 양자 관계를 존중한다”면서도 “러시아와 인도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도 중요성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전 석유부 장관인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도 비슷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취재진에 “(인도의) 공개적인 발언만 보고 있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루스소셜에 인도와 무역 협정이 체결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를 했다”며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산 석유를 더 많이, 그리고 잠재적으로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도 같은날 자신의 X에 “인도산 제품의 관세가 18%로 인하돼 기쁘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석유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4일 의회에서 “객관적인 시장 상황과 국제 정세에 부합하는 에너지 공급망 다각화는 핵심 전략”이라며 “인도의 모든 조치는 이를 염두에 두고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인도 정부가 강조해온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 방침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발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가 트럼프와의 무역 협정에서 석유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외교부도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고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인도와 미국의 무역 협정의 핵심으로 꼽힌 석유 구매 문제에 대해 인도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에반 파이겐바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 부소장은 “인도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관련 약속을 명시적으로 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인도가 원할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수 있다는 상징적 선택권을 유지하는 것은 인도의 외교 정책 자율성과 미국의 강압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있지만, 미국산 원유로 당장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선 운송 시간이 걸림돌로 꼽힌다. 원유시장 분석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미국 걸프 해안에서 인도까지 수송 기간은 54일이다. 반면 러시아에서 인도까지는 36일이 걸린다.

인도의 정유 시설이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중질유를 정제하는 데 익숙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경질·저황 원유 정제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격도 문제다. 러시아산 석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보텍사는 인도 정유사가 러시아산에서 미국산으로 원유를 전환할 경우 배럴당 7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할 만한 최적의 대안은 인근 중동 지역의 비슷한 등급의 원유일 수 있다”며 “인도는 지난달 카타르와 쿠웨이트로부터 많은 석유를 수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러시아 석유 기업에 제재를 가한 이후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수입은 1년 전과 비교해 24% 감소했다. 현재 에너지 부문은 러시아 정부 총수입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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