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으로 워싱턴포스트(WP)의 스포츠 기자들이 '대량 해고' 칼날을 맞았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일간지 WP의 스포츠섹션이 이날 폐지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빅맨' 앤서니 데이비스의 워싱턴 위저즈 이적 같은 스포츠계의 빅뉴스도 WP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고 통신은 부연했다.
야구·농구 등 프로스포츠에서 명문구단이 즐비한 뉴욕·보스턴과는 달리 워싱턴에는 유명한 팀이 별로 없다. 그러나 WP는 기자들을 통해 스포츠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통상 미국에서 체육부 기자는 저널리스트보다 스포츠 라이터(Sports Writer)로 표기된다. 긴박감 넘치게 흘러가는 경기를 실감 나게 묘사하고, 급변하는 승부의 추에 따라 표변하는 관중의 열기를 세밀한 통계와 함께 기사에 녹여야 해서다. 팩트체크 능력뿐 아니라 '작가'로서의 자질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AP통신은 1980년대에 워싱턴에서 자란 스포츠 팬들에게 WP는 워터게이트를 보도한 밥 우드워드의 신문이 아니라 '야구의 시인'이라 불린 토마스 보스웰, 미식축구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크리스틴 브레넌 등 유명 스포츠 기자들의 신문이었다고 전했다.
스포츠 분야에서 전문지 못지않은 전통을 자랑하는 WP 스포츠면이 폐지된 건 AI의 대두와 수익률 감소의 영향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WP가 체육부 기자들을 포함해 전체 직원의 30%가량을 감원했다고 보도했다. 전체 기자 800여명 중 해고 기자는 300명이 넘는다.
맷 머레이 WP 편집국장은 "솔직히 지난 수년간 우리 신문은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진단한 뒤 "더 경쟁적이고 복잡해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향후 국내 뉴스와 정치, 비즈니스, 건강 섹션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우리 신문은 과거 지역 종이 신문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머레이 편집국장은 생성형 AI의 등장 등으로 인해 지난 3년간 온라인 검색 트래픽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부연했다.
WP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레이엄 가문의 돈 그레이엄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1940년대 후반부터 스포츠면부터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며 "이제 신문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AI 등에 타격을 입은 건 비단 스포츠 부문뿐만은 아니다. WP의 지역 뉴스(메트로) 섹션은 축소되고, 신간을 소개하는 북섹션과 뉴스 팟캐스트 '포스트 리포트'(Post Reports)도 중단된다고 NYT는 전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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