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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7만' 군인 노후자금 녹는다…3700억 지원 '논란 폭발'

입력 2026-02-06 10:03   수정 2026-02-06 15:37

이 기사는 02월 06일 10: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군인공제회의 100%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군인공제회가 지난 3년간 총 3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대한토지신탁의 경영 지표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올 11월 17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 만기가 도래할 예정인 가운데, 보증을 선 군인공제회 측은 “추가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17만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부실 자회사 방어에 투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이 심화되자 모회사인 군인공제회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재무 지원을 받았다. 다만 대규모 자금 투입 이후에도 재무지표 개선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올해 11월 도래하는 1차 지급보증 만기 문제다. 대한토지신탁은 2022년 10월 강원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듬해 8월 군인공제회로부터 1700억원 규모의 은행 차입 지급보증(만기 3년)을 지원받았다. 당시 회사 측은 미분양 해소와 신탁계정대여금 회수를 통해 자력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경영 정상화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군인공제회는 내규상 경영개선 지도 요구사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보증 연장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토지신탁이 자력 상환에 실패해 기한이익상실(EOD·대출 즉시 상환 사유)이 발생하면 지급보증 의무에 따라 군인공제회가 1700억원을 대위변제해야 하는 구조다. 지원을 중단하더라도 재무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군인공제회의 선택지가 넓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토지신탁의 재무 상태는 이미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회사가 고유계정에서 투입하고도 회수하지 못한 신탁계정대여금은 2021년 4315억원에서 2025년 9월 기준 1조171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자체 자금이 사업장에 묶여 있는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전체 신탁사 14곳 중 신탁계정대가 1조원이 넘는 곳은 대한토지신탁과 KB부동산신탁, 신한자산신탁 등 3곳 뿐이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239억원에서 6134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 호황기인 2021년 전후 무리하게 수주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이 미분양과 분양 지연에 직면하면서, 사업비를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탁계정대여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현금 회수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는 의미"라며 "수익성 악화와 차입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는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영개선 목표 미달에도 추가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군인공제회는 1차 지원 당시 대한토지신탁에 신탁계정대여금 회수 목표를 제시했으나, 회사는 목표치(2934억원)에 크게 미달한 1446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10월 회사채 지급보증 1000억원과 영구채(신종자본증권) 인수 10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의 2차 지원을 승인했다. 특히 만기 30년짜리 영구채를 모회사가 직접 인수한 점을 두고, 시장에서는 재무지표 안정 효과를 노린 조치라는 해석과 함께 지원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상환 부담이 수반되는 자금"이라며 "모회사가 장기성 자금을 추가로 묶어두는 구조라는 점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토지신탁의 위기가 외부 환경 요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2024년 8월 군인공제회의 감사 결과 리스크 관리와 조직 운영 측면에서 취약점이 확인돼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다. 위험관리위원회에 영업 부문 임원이 포함돼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전문 인력 대신 하위 직급 위주의 채용이 이뤄졌다는 점이 지적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올해 초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대표이사 직속 ‘특별사업본부’를 신설해 미분양 사업장과 신탁계정대여금 회수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부 사정에 밝은 전임 경영지원본부장을 본부장으로 배치하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11월 만기 전까지 유의미한 수준의 현금 유입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묶여 있는 사업장을 단기간에 정상화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군인공제회 자산은 군인들의 미래가 걸린 자금인 만큼 일반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며 "단기 유동성 지원을 반복하기보다 사업 구조를 재점검하고 명확한 출구 전략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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