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에 나섰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맞은 케이뱅크는 몸값을 낮추고, 공모주도 줄여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최근 증시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한 점은 호재로 꼽힌다.
5일 케이뱅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청사진을 발표했다. 케이뱅크는 2022년과 2024년에도 상장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수요예측 부진으로 고배를 마셨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선 케이뱅크는 시장 친화적인 공모구조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시장의 눈높이를 반영해 이전 대비 공모가를 낮추고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을 조정하는 등 주주친화적 공모구조를 마련했다"며 "확보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역량을 강화해 고객과 주주 모두에게 신뢰받는 혁신 금융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제시한 주당 희망 공모가는 8300~9500원. 공모 희망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1.38~1.56배로 이전 공모 시점 대비 약 20% 낮아졌다. 공모 주식 수는 6000만주다. 2024년 IPO 때보다 주당 희망 공모가(9500~1만2000원)는 낮아지고, 공모주식 수(8200만주)는 감소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3조3672억~3조8541억원이다. 지난 상장 추진 때 목표치였던 5조원보다 1조원가량 몸값을 낮췄다. 상장 일 유통 가능 물량도 기존 37.32%에서 36.35%로 소폭 낮아졌다. 상장 6개월 뒤 유통 가능 물량도 기존 96.06%에서 65.81%로 조정됐다. 가격을 내리고, 공급 물량을 줄여 수요예측 흥행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나민욱 DB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는 수급 부담을 감안해 공모 물량을 20% 이상 줄였다"며 "주요 주주의 의무 보유기간도 길어졌다. 최대 주주인 BC카드의 보호예수기간은 1년, 주요 재무적투자자(FI) 물량의 절반가량은 보호예수기간을 6개월로 설정해 오버행(대량 매물 부담)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케이뱅크의 조치는 상장 절차를 완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케이뱅크는 2021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FI와 2026년 7월까지 IPO를 조건으로 하는 동반매각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조항을 걸었다. 기한 내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는 오는 10월까지 드래그얼롱 혹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대주주 BC카드의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케이뱅크는 시장 친화적인 공모 구조뿐 아니라 성장성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2021년 흑자 전환한 케이뱅크는 2024년 당기순이익 128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최근 3개년 동안 케이뱅크의 연평균 여신 증가율은 23%, 수신 증가율은 40%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말 여신 잔액은 10조77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7조9000억원으로 66.2% 늘었다. 같은 기간 수신 잔액은 14조6300억원에서 30조4000억원으로 107.79%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코스피 상장으로 유입될 자본을 활용해 여·수신 상품의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가계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업대출로 단계적으로 확장해 2030년까지 가계와 중소상공인(SME) 비중을 5대 5로 맞춘다는 목표다.
업비트 연계 예금 비중이 높은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케이뱅크는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실명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은행이다.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계약기간은 오는 10월 만료된다.
이에 대해 최 행장은 "케이뱅크 본연의 예금 기반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업비트 예치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2조~8조원 사이에서 움직인다"며 "기본 예금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해 업비트 자금이 퍼포먼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업비트 예치금은 대출 재원으로 쓰지 않고 머니마켓펀드(MMF)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만 운용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행장은 "4~5년 전에는 업비트 예치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전체 수신에서 가상자산 관련 예금 비율은 2021년 말 50%대에서 지난해 20%대까지 떨어졌다.
케이뱅크는 10일까지 진행하는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12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일반 청약은 오는 20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청약할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일은 오는 3월 5일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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