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침없던 코스피의 질주가 미국발 기술주 한파에 가로막혔다. 2월 5일 하루에만 4% 가까이 지수가 폭락하며 그간의 가파른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시장은 유례없는 ‘수급 전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외국인의 투매와 개인의 사상 최대 매수세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특히 장 마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9조원(넥스트레이드 포함)을 넘어서며 최근 10년래 하루 기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7.53포인트(3.86%) 떨어진 5163.5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20.07포인트(2.24%) 내린 5251.03으로 출발해 장 초반 낙폭을 줄이며 한때 5304.40까지 회복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매도세가 다시 가팔라지며 장중 5142.20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이번 폭락은 간밤 뉴욕증시에서 나타난 기술주와 우량주 간의 극명한 온도차가 국내 증시로 전이된 결과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테마가 집중 투매 대상이 되면서 기술주 전반이 주저앉은 반면, 기술주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전통 산업주와 우량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국내 증시 역시 미국발 기술주 한파의 직격탄을 맞으며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수급 측면에서는 역대급 기록이 쏟아졌다. 한국거래소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홀로 6조763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일 기록했던 사상 최대 순매수액(4조5874억원)을 단숨에 갈아치운 수치다. 반면 외국인은 역대 최대 규모인 5조216억원을 쏟아내며 하락을 주도했고 기관 역시 2조70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압박했다.
여기에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욱 압도적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총 8조347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조567억원, 2조609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개인 순매수와 외인 순매도 규모는 최근 10년을 통틀어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적 수치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의 사투는 이어졌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3.57% 하락한 1108.41에 마감했다. 개인은 총 1조1246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116억원, 6112억원을 순매도하며 시장을 떠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다. 하락장 이후 급등이 반복되자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신용공여잔고는 사상 최초로 3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신용공여잔고는 30조4731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1.7% 증가했다.
코스피 5000 시대 진입 이후 소외될 수 없다는 ‘포모(FOMO)’ 심리가 심화되면서 단기 반등을 노린 레버리지 투자가 한 달 사이 10% 이상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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