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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대신 즐긴다…"1년 만에 107만잔" 대박 난 음료 뭐길래

입력 2026-02-05 16:43   수정 2026-02-05 18:02


겨울철엔 뜨거운 음료가 더 간절해진다. 한국에서는 손난로처럼 커피를 들고 마시는 장면이 익숙하지만 일본에서는 최근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카페에서 컵에 담긴 ‘다시’(出汁·맑게 우려낸 국물)를 주문해 한 모금씩 음미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몇 년간 도쿄를 중심으로 번진 ‘다시 카페’ 문화는 일본이 전통 요리를 새롭게 소비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랜 세월 요리의 기초 재료로만 인식되던 다시가 틀을 깨고 새롭게 진화한 비결은 뭘까.
오랜 시간 쌓인 맛의 구조
일본 요리의 기반은 언제나 다시였다. 나라 시대부터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다시 문화는 헤이안 시대와 에도 시대를 지나면서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만나 더 정교하게 발전했다. 다시마의 글루타민산, 가쓰오부시의 이노신산이 만나 감칠맛의 정점인 ‘우마미’(旨味)를 만든다.

특히 일본 고급 식당에서는 ‘1번 다시’와 ‘2번 다시’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등 요리마다 다르게 사용한다. 1번 다시는 끓기 직전 다시마를 건져내고 가쓰오부시를 짧게 우려 맑고 섬세한 감칠맛만 뽑아낸다. 이는 맑은 국물 요리와 고급 요리에 쓰인다. 2번 다시는 이미 사용한 재료를 다시 우려내거나 더 오래 끓여 깊고 강한 맛을 내는 것으로, 조림과 찌개류에 활용한다. 같은 재료로도 추출 방법에 따라 용도를 달리하는 이 문화는 맛의 층위를 섬세하게 나누는 일본 특유의 태도를 보여준다.

다시가 국물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된 데는 과학적 배경도 있다. 글루타민산은 뇌에서 안정감을 유도하고 이노신산은 포만감과 집중력을 돕는다. 이런 요소는 현대 소비자가 커피 대신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음료’를 찾는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다시 카페’들이 만들어낸 일상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온천 호텔과 노포에서 ‘따뜻한 다시 캔 음료’를 제공하거나 자판기에서 판매하곤 했다. 기계 안에서 데워진 짭조름한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면 기대와 다른 맛에 놀라면서도 묘하게 중독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런 역사 속에서 변화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곳이 도쿄 니혼바시의 ‘니혼바시 다시바’다. 300년 전통의 가쓰오부시 전문점 닌벤(にんべん)이 조성한 이 공간은 다시를 테이크아웃 음료로 마실 수 있게 한 원조 격이다. ‘일식일반’(一汁一飯·국 한 그릇과 밥 한 그릇)을 콘셉트로 기본 가쓰오 다시부터 토마토, 크림, 미소 등 현대적 변주를 더한 메뉴까지 준비돼 있다. 점심시간이면 주변 직장인이 커피 대신 뜨끈한 다시 한 잔을 들고 이동하는 장면은 매우 자연스럽다. 2024년 기준 누적 판매 107만 잔 돌파라는 기록은 이 문화가 단순 유행이 아님을 보여준다.


니가타현의 ‘온 더 우마미’(ON THE UMAMI)는 다시를 ‘커피처럼 내리는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바리스타처럼 다시 드립을 내리는 실험적 방식과 여덟 가지 육수 베이스는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였다. 니가타 플래그십스토어는 농장·공장·카페·체험관이 결합한 형태로, 전통 식자재가 어떻게 생활에서 소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직접 재료를 재배하는 과정을 고객에게 전달하며 ‘재료를 이해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강조한다.

도쿄 미시쿠의 ‘미야비 유이노주’(雅結?·Miyabi Yuinojyu)는 가장 담백한 형태를 지향한다. 2016년 문을 연 이곳은 ‘마시는 다시’의 원조 격으로, 점주가 한 요릿집에서 마신 다시에 감동해 ‘커피와 홍차처럼 다시를 마실 수 있다면’이라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소금조차 넣지 않은 순수한 천연 다시만 제공하며 홋카이도산 다시마, 가고시마산 가쓰오부시, 규슈산 원목 재배 표고버섯 등 엄선된 지역 식자재를 드립 방식으로 내려 제공한다. 계절 한정 메뉴로 벚꽃 다시까지 선보이는 이곳은 화학적 요소를 최소화한 맛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30~40대 직장인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통 지키며 새 옷 입은 다시

이들 공간이 공통으로 나타내는 흐름은 명확하다. 전통을 지키되 소비 방식은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것. 따뜻한 국물 한 잔을 마시는 행위가 위로가 되는 시대에 다시는 자연스럽게 전통을 현대화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1인 가구 증가, 바쁜 일상에서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하려는 욕구, 느린 먹거리 열풍, ‘가벼운 건강함’을 찾는 소비자 흐름이 맞물렸다. 커피와 에너지드링크가 즉각적인 자극을 준다면 다시는 몸을 편안하게 데워주고 과하지 않은 안정감을 준다.

또 일본 젊은 세대는 오래된 문화를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속도에 맞게 재해석한다. 다시바의 미니멀한 인테리어, 드립 방식, 테이크아웃 컵 디자인은 전통 요리를 ‘새로운 감각의 라이프스타일’로 수평 이동시키는 시도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카페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에 가깝다.

다시의 변신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육수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에는 멸치, 사골, 해산물, 북어 등을 활용한 다양한 육수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요리의 배경이 되는 재료로만 인식된다. 육수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다면 충분히 다시처럼 새로운 식문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컵냉면과 컵물회처럼 전통 음식을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이미 확산하고 있다. 캠핑 문화가 발전하면서 간편한 티백 타입 육수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출근길에 따뜻한 멸치육수 한 잔을, 저녁에 부드러운 사골육수 한 잔을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해 마시는 풍경이 머지않았을지 모른다.

전통을 해체하거나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하는 법을 연구하는 것. 일본 다시 카페는 그 변화의 훌륭한 예시다. 겨울바람이 매서워지는 이 계절, 따뜻한 국물의 힘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시 카페에서 손바닥을 데우는 테이크아웃 컵처럼 전통은 그렇게 현대의 속도에 조용히 스며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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