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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쟁이 부른 관세 역풍, 국회가 할 일은

입력 2026-02-05 18:02   수정 2026-02-06 00: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산 자동차·의약품 등 특정 품목 관세와 상호 관세를 함께 거론했고 시행 시점은 못 박지 않았다. 그러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국회의 한·미 무역 합의 비준·법제화 지연을 이유로 25%라는 원래 수준의 압박으로 되돌리겠다는 경고다.

문제의 출발점은 국회 절차가 지연된데 있다. 야당은 15% 관세 수용과 대규모 대미 투자를 ‘굴욕 외교’로 규정하며 합의 문서의 불투명성과 국익 훼손 가능성을 제기한다. 반면 여당은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약한 양해각서로 비준이 필수는 아니며, 대미투자특별법으로 실행 기반을 마련하면 된다고 본다. 야당은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조약은 헌법상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선다. 이 대립이 6개월 넘게 표류를 만들었고, 그 틈을 미국이 관세 카드로 파고든 구조다.

관세 인상은 산업 경쟁력의 비용 구조를 즉시 악화시키는 조치다. 가격을 올리면 점유율이 빠지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수익이 깎여 투자와 연구개발이 위축된다. 더 치명적인 것은 불확실성이다. 시행 시점이 불명확한 위협만으로도 기업은 생산·물류·환헤지·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바꾸게 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니라 ‘합의의 이행력’에 대한 신뢰를 시험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미 협상 국면에서 25% 관세를 15%로 낮췄고, 그 대가로 투자 확대와 제도 정비를 요구해 왔다. 그 약속이 국내 정치로 멈추면 미국 행정부는 언제든 ‘약속 불이행’ 프레임을 꺼낼 수 있다. 관세는 협상의 언어이자, 국내 분열을 노리는 가장 값싼 압박 수단이다.

자동차의 경우 10%포인트 관세 추가 인상만으로도 연간 수조원의 관세 비용이 발생하고, 판매가 인상 압력 때문에 미국 시장 점유율이 흔들릴 수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부품업계는 더 취약하다.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수천 개 협력사가 연결된 공급망의 문제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다. 완성차는 관세 부담을 피하려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국내 물량을 줄일 유인이 커진다. 타격은 부품업체로 집중된다. 중소 2·3차 협력사는 비용 전가가 어렵고, 납품 물량 감소는 곧 매출 감소와 손실로 이어진다. 고용 축소로 연결되고 지역경제는 제조업 생태계 붕괴를 체감하게 된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명분 싸움이 아니라 손실을 줄이는 결단이다. 국회는 합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쟁점은 조건부·단계별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늦어질수록 관세는 현실이 되고 기업은 해외로 떠난다. 정치의 정당성은 결국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결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초당적 통상대응 체계와 ‘결정의 마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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