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인사를 만나면 제일 먼저 거론되는 주제는 여지없이 ‘합당’이다. 의원이든 보좌진이든 당직자든 자리에 앉자마자 “합당은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합당이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2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음에도 범여권의 시선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시나리오’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22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직후부터 바뀐 게 없다. 그렇다고 합당 논의가 정책 연대나 가치 공유 등으로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 내 공방만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특정인의 대권 놀이에 우리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하자, 정춘생 조국혁신당 최고위원이 “이 최고위원이야말로 2012년 정치 시작할 때부터 숙주 정치하지 않았냐. 이 정도면 정당 쇼핑을 다니셨다”고 맞받은 게 대표적이다. ‘숙주’와 ‘정당 쇼핑’ 등 자극적인 표현이 오가면서 논쟁의 초점은 통합의 내용보다 인물과 동기 논란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 대표에 대한 찬반 논란만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합당 논쟁이 차기 당권 구도와 연결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는 정 대표가 합당을 발판 삼아 연임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의심하고, 다른 일부는 반정청래 세력이 정 대표에게 부당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합당 논쟁이 정책과 가치 토론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차기 권력 주도권을 둘러싼 대립의 장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범여권 두 정당이 합당에만 매달리는 사이 국회가 할 일은 계속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경제와 직결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등 통상 현안이 국회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미국은 관세 재인상 방침을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여권 내부에서도 ‘통합’ 논의가 다른 법안과 정책 과제를 사실상 가린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민생과의 거리감도 뚜렷하다.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상대를 겨냥한 공방이 아니라 경기 둔화와 통상 변수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이 이슈가 이렇게까지 핏대를 세우면서 싸울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야권도 아닌 여권이 내부에서 권력다툼을 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볼지 두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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