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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어른의 기준

입력 2026-02-05 17:42   수정 2026-02-06 00:21

요즘 중학교 3학년은 조선시대 기준으로 어른이다. 땋은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남성의 관례, 머리를 쪽진 후 비녀를 꽂는 여성의 계례가 15~16세 때 이뤄졌다. 이 의식이 끝나면 성(姓)과 자(字)를 쓸 수 있고 혼인도 가능하다. 아이들이 일찍 어른이 되는 건 여러 문화권에서 나타난다. 중세 유럽엔 청소년이란 개념이 없었다. 12~13세가 되면 성인과 똑같은 법적·경제적 책임을 졌다. 인도네시아 멘타와이족은 12세부터 온몸에 문신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는 성인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어른 기준 연령이 늦춰진 건 과학기술 발달의 영향이다. 사회에 나가기 전 익혀야 할 것이 많아지면서 교육에 전념하는 ‘어른 유예 기간’이 늘어났다. 평균 수명 연장과 인구 증가도 성년 기준이 바뀐 배경으로 거론된다. 육체와 정신이 미성숙한 청소년의 등을 떠밀지 않아도 될 만큼 노동력이 풍부해졌다는 얘기다.

한국은 몇 살부터 어른이 되는지가 모호한 나라다. 법령에 따라 성인 기준이 제각각이다. 민법은 만 19세부터를 성인으로 보지만, 혼인이나 면허 취득은 만 18세부터 가능하다. 담배와 술 구입이 가능한 나이의 계산법도 다르다. 만 19세가 되는 해 1월 1일이 지나야 합법적으로 살 수 있다. 촉법소년 기간이 지나 성인처럼 형사상 처벌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은 만 14세다. 경제활동인구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15세 이상부터 계산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만 18세로 정해져 있는 선거연령을 오는 6월 지방선거 때부터 16세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고교생의 교육 수준이 투표권을 부여해도 될 만큼 높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0대를 끌어들이는 게 선거에 유리할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16세부터 선거권을 주는 나라는 독일 오스트리아 브라질 등이다.

선거 연령 하향은 참신한 아이디어지만, 당장 결론을 낼 수 있는 의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교실의 정치화 등 부작용 검토가 필요하다. 이참에 법령마다 중구난방인 성년 기준을 단순화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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