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청양군 남양면 구룡3리 노인회관. 이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김모씨(84)는 학창 시절부터 집에서 300m 남짓 떨어진 광산에서 일하며 가족을 먹여 살렸다. 김씨는 “채굴이 활발하던 시절 구룡리 일대 주민이 청양군 전체 인구보다 많았다”며 “한 달 일하면 쌀 한 가마니는 받을 정도였으니 노다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구봉광산은 1911년 광업권 등록 이후 1970년대 초까지 국내 최대 금광으로 이름을 날렸다. 1971년 휴광을 거쳐 1994년 폐광될 때까지 채굴한 금만 1만3332㎏, 은은 3410㎏에 이른다. 갱도는 지하 700m에 이르며 길이는 50㎞ 이상이다.
1950~1960년대 전성기엔 남양면 인구가 4만5000명까지 불어나 지금의 청양군 전체 인구를 웃돌았다는 기록도 있다. 농한기와 흉년에도 매달 임금을 받을 수 있어 광산 주변에는 상설 시장과 주점, 식당가가 늘어섰다. 월급날이면 이 일대 술이 동날 정도로 돈이 돌았다. 판잣집이 아니라 기와집과 슬레이트 주택이 즐비했고 일부 가구는 자녀를 대전, 서울로 유학 보내기도 했다.
폐광 후에도 구봉광산에 대한 관심은 지속됐다. 2017년 7월 민간 개발업체 S사가 이 일대를 탐사하면서 재채굴 논의가 본격화했다. 당시 구봉광산의 금 매장량은 약 28t으로, 이미 채굴한 11t을 제외하면 17t가량(약 4조원)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그러나 환경 오염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금 정제 과정에서 사용하는 약품 등에 따른 중금속 유출과 농작물 피해, 식수 오염을 우려하는 주민 반발이 이어졌다. 2018년 3월 개발 논의는 공식 중단됐다. S사 관계자는 “광산 개발과 관련해 어떤 계획도 세우고 있지 않다”고 했다.
도는 이곳을 연간 1만3000여 명의 지도자·심판 자격검정과 5000여 명의 보수교육·연수가 이뤄지는 스포츠 교육 거점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곽에는 로컬푸드마켓과 시니어체육관, 청년창업공간 등 판매·문화시설을 배치해 관광과 소비를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전국대회 개최 등을 통해 연간 4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 등 주요 광물이 글로벌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폐광에 남아 있는 자원의 전략적 가치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최인우 호서대 벤처기술창업대학원 교수는 “가뜩이나 지하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폐광 일대를 단순한 지역 개발 대상으로 보는 것은 문제”라며 “국가 전략자산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개발·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양=강태우/진도·해남=임동률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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