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청은 전날 실무 협의회를 열어 유통산업발전법에 규정된 대규모 점포 영업시간 제한 조항에 예외 단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재 대규모 점포는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는 쿠팡 등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와 달리 새벽배송을 하지 못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당정은 영업시간 제한에 ‘전자상거래 영업은 예외’라는 조항을 신설해 대형마트도 심야 시간대에 온라인 주문·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 아이디어를 냈고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가져왔다”며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 중인 소상공인 상생 방안과 함께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조치가 오프라인 유통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그동안 온라인 배송이 규제에 묶여 경쟁력을 잃었는데 이번 조치가 오프라인 매장의 사업 가치가 재평가받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이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는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규제 완화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년 족쇄' 유통법 개정 논의
이마트는 당초 2014년 전국 주요 점포에 PP 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하며 쿠팡과 온라인에서 경쟁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영업시간 규제 때문에 온전히 PP 센터를 돌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쿠팡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날 증시에서 이마트 주가가 전날 대비 9.51% 급등한 것도 새벽배송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해석된다.
롯데마트 또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는 영국 오카도와 손잡고 부산 등 전국 5곳에 초대형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짓는 정공법을 택해왔다. 과거 점포 기반 새벽배송에 실패한 전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전국 100여 개 롯데마트 점포를 즉각 새벽배송에 활용할 길이 열렸다. 송인성 서울대 교수는 “쿠팡과 컬리가 이미 시장을 장악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겠지만 이마트와 롯데가 신규 서비스를 내면 공급자 중심의 시장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규제 완화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극에 달한 시점에 단행됐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업 내 온라인 비중은 59%까지 치솟았다. 2016년 24.2%이던 온라인 비중이 10년도 안 돼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 비중은 지난해 9.8%로 추락하며 사상 처음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규제로 대형마트를 묶어둔 사이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약 15조원 규모로 2020년(2조5000억원) 대비 6배가량 폭증했다. 대형마트 3사 점포가 2019년 423개에서 지난해 385개로 줄어드는 동안 e커머스 업체들은 신선식품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온라인 비중이 60%에 육박하는데 대형마트만 밤새 운영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히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내 소매 금액 600조원 중 온라인 비중이 향후 8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이번 규제 완화가 영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SSM 점포들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배송해주고 있는데, 영업시간 규제 때문에 새벽배송을 여전히 할 수 없어서다. 한 슈퍼마켓 관계자는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법적 규제에 따라 각 매장의 계산대(POS) 단말기 전원을 강제로 꺼야 해 새벽에 주문이 들어와도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진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영업시간 규제를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우/안재광/배태웅/라현진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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