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의 핵심은 전국 수백 개 오프라인 점포가 ‘24시간 물류 거점’으로 변신한다는 점에 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구축에 수조원을 쏟아부은 쿠팡에 맞서 전통 유통 강자들이 이미 확보한 거점 인프라를 활용해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전국에 흩어진 매장을 새벽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길이 열렸다. 특히 100여 개 매장을 이미 ‘PP(picking&packing) 센터’로 활용 중인 이마트는 시스템만 일부 갖추면 곧바로 전국 단위의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PP 센터란 대형마트 매장 공간의 일부를 온라인 주문 처리를 위한 전용 물류 공간으로 개조한 곳을 말한다. 그동안은 낮 시간대에만 운영이 가능했는데,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당초 2014년 전국 주요 점포에 PP 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하며 쿠팡과 온라인에서 경쟁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영업시간 규제 때문에 온전히 PP 센터를 돌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쿠팡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날 증시에서 이마트 주가가 전날 대비 9.51% 급등한 것도 새벽배송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해석된다.
롯데마트 또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는 영국 오카도와 손잡고 부산 등 전국 5곳에 초대형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짓는 정공법을 택해왔다. 과거 점포 기반 새벽배송에 실패한 전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전국 100여 개 롯데마트 점포를 즉각 새벽배송에 활용할 길이 열렸다. 송인성 서울대 교수는 “쿠팡과 컬리가 이미 시장을 장악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겠지만 이마트와 롯데가 신규 서비스를 내면 공급자 중심의 시장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규제 완화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극에 달한 시점에 단행됐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업 내 온라인 비중은 59%까지 치솟았다. 2016년 24.2%이던 온라인 비중이 10년도 안 돼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 비중은 지난해 9.8%로 추락하며 사상 처음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규제로 대형마트를 묶어둔 사이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약 15조원 규모로 2020년(2조5000억원) 대비 6배가량 폭증했다. 대형마트 3사 점포가 2019년 423개에서 지난해 385개로 줄어드는 동안 e커머스 업체들은 신선식품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온라인 비중이 60%에 육박하는데 대형마트만 밤새 운영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히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내 소매 금액 600조원 중 온라인 비중이 향후 8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이번 규제 완화가 영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SSM 점포들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배송해주고 있는데, 영업시간 규제 때문에 새벽배송을 여전히 할 수 없어서다. 한 슈퍼마켓 관계자는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법적 규제에 따라 각 매장의 계산대(POS) 단말기 전원을 강제로 꺼야 해 새벽에 주문이 들어와도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진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영업시간 규제를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광/배태웅/라현진 기자 ahnjk@hankyung.com
◇기울어진 운동장의 반격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전국에 흩어진 매장을 새벽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길이 열렸다. 특히 100여 개 매장을 이미 ‘PP(picking&packing) 센터’로 활용 중인 이마트는 시스템만 일부 갖추면 곧바로 전국 단위의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PP 센터란 대형마트 매장 공간의 일부를 온라인 주문 처리를 위한 전용 물류 공간으로 개조한 곳을 말한다. 그동안은 낮 시간대에만 운영이 가능했는데,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당초 2014년 전국 주요 점포에 PP 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하며 쿠팡과 온라인에서 경쟁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영업시간 규제 때문에 온전히 PP 센터를 돌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쿠팡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날 증시에서 이마트 주가가 전날 대비 9.51% 급등한 것도 새벽배송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해석된다.
롯데마트 또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는 영국 오카도와 손잡고 부산 등 전국 5곳에 초대형 자동화 물류센터(CFC)를 짓는 정공법을 택해왔다. 과거 점포 기반 새벽배송에 실패한 전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전국 100여 개 롯데마트 점포를 즉각 새벽배송에 활용할 길이 열렸다. 송인성 서울대 교수는 “쿠팡과 컬리가 이미 시장을 장악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겠지만 이마트와 롯데가 신규 서비스를 내면 공급자 중심의 시장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규제 완화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극에 달한 시점에 단행됐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업 내 온라인 비중은 59%까지 치솟았다. 2016년 24.2%이던 온라인 비중이 10년도 안 돼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 비중은 지난해 9.8%로 추락하며 사상 처음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규제로 대형마트를 묶어둔 사이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약 15조원 규모로 2020년(2조5000억원) 대비 6배가량 폭증했다. 대형마트 3사 점포가 2019년 423개에서 지난해 385개로 줄어드는 동안 e커머스 업체들은 신선식품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온라인 비중이 60%에 육박하는데 대형마트만 밤새 운영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히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내 소매 금액 600조원 중 온라인 비중이 향후 8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365일 영업할 수 있어야”
다만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만으로는 쿠팡 등 e커머스에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사가 맞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 2회 의무휴업과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이뤄지는 매장영업 제한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365일 중단 없는 서비스가 보장되지 않으면 소비자를 확실히 묶어두기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특히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이번 규제 완화가 영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SSM 점포들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배송해주고 있는데, 영업시간 규제 때문에 새벽배송을 여전히 할 수 없어서다. 한 슈퍼마켓 관계자는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법적 규제에 따라 각 매장의 계산대(POS) 단말기 전원을 강제로 꺼야 해 새벽에 주문이 들어와도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진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영업시간 규제를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광/배태웅/라현진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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