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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착각에 또 빠졌다"…소프트웨어 공포, 반도체로 튄 이유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입력 2026-02-06 10:37   수정 2026-02-06 11:1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술주 매도세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AI)에 잡아먹힌다"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종말론'에서 시작된 급락세는 소프트웨어 단일 섹터를 넘어 대체자산·사모자본 운용 섹터, 그리고 AI 모멘텀의 핵심이었던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 등 하드웨어 인프라 테마까지 전염된 상태입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은 1.6% 떨어지며 3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급락입니다. 특히 그동안은 기술주와 성장주에 집중됐던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다우지수도 1.2% 하락 마감했고, 전날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S&P 500 동일가중지수 역시 후퇴했습니다.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마저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11% 넘게 폭락하고 있습니다. 올해 시장 예상(1466억 달러)을 대폭 뛰어넘는 2000억 달러의 설비투자를 선언한 반면 이번 분기 영업이익 가이던스는 예상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알파벳이 전날 흠잡을 데 없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하고도 1800억 달러 투자에 대한 부담과 수익성 우려를 빌미로 주가가 하락한 것을 생각하면 아마존에 대한 시장의 '처벌'은 더 매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매도 압력은 주식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만에 13% 넘게 폭락하며 6만3000달러대까지 떨어졌고, 전날 20% 가까이 내린 은 가격도 14% 또 내렸습니다. 여기에 금 가격도 2% 넘게 하락했는데요. 고용 지표 부진까지 겹치면서 이날은 국채만이 유일하게 강세(국채금리 하락)를 보인 자산이었습니다.

이렇게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Apocalypse·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종말)' 공포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면서 일부에선 이것이 AI 버블의 붕괴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위기와 대척점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AI 하드웨어 테마까지 타격을 받는 이유를 두고 투자자들의 혼란이 큰데요.

월가는 과도한 공포엔 선을 긋습니다. 이번 조정은 버블 붕괴라기보단 소수 테마에 과도하게 몰렸던 모멘텀 자금이 정리되고 과열을 식히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올 들어서만 50~100%씩 올랐던 메모리 반도체를 필두로 그동안 많이 오른 기술주와 모멘텀 주식들을 팔고, 그동안 소외됐던 섹터를 사는 순환매의 본격화로 보는 논리입니다.

물론 이런 차익실현이 너무나 급속도로 벌어지고, 우량 성장주까지 매도세에 휩쓸리고 있다는 점이 공포를 부추기고 있는데요. 소프트웨어에 투자했던 사모자본의 손실이 커지면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의 자금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과열됐던 포지션이 정리되는 '건전한 조정'과 무차별 투매에 휩쓸린 '강제 청산'이 뒤섞이며 공포를 자극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 시장은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기업,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과 섹터를 더 깐깐하게 가려내는 국면으로 전환했습니다. 더욱이 2월은 전통적으로도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달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캇 럽너 시타델증권 주식파생 전략 총괄은 "1월에 강했던 시장 분위기가 2월 말~3월 초로 갈 수록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월은 ‘돈이 밀어 올린 장’이었다면, 2월은 ‘버틸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사스포칼립스'의 트리거
이번 공포의 트리거는 물론 소프트웨어 종말론입니다. '현실판 자비스'로 돌풍을 일으킨 자율형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오픈클로(옛 몰트봇)에 이어 지난주 공개된 구글의 멀티모달 월드 모델 지니 3는 게임 소프트웨어의 주가 폭락의 주범이 됐습니다.


앤스로픽은 지난 3일 코웍용 법률 플러그인을 출시해 법률 전문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회사들의 주가 폭락을 야기했지요. 불과 이틀만인 이날은 최신 AI 모델 '클로드 오퍼스 4.6'을 공개했습니다. 기업 데이터, 규제 공시, 시장 정보를 분석해 사람이 며칠 걸려 수행하던 금융 분석을 순식간에 해준다는 소개에 팩트셋, S&P글로벌, 무디스, 나스닥 등의 주가가 또 급락했습니다.

지난 2일 AI 에이전트 관리 도구 코덱스를 맥 OS 용으로 출시해 사흘 만에 50만 회 다운로드를 기록한 오픈AI도 이날 기업용 에이전트 플랫폼 '프론티어'를 새로 공개했습니다.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배포·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한곳에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진화하는 AI 코딩 도구들의 비약적인 발전에 전통 소프트웨어가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가 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JP모건은 "모든 기업이 기존에 쓰던 핵심 소프트웨어를 버리고 AI 에이전트 도구를 쓸 것이라는 가정은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면서 과도한 비관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고용 증가를 전제로 한 좌석(seat) 기반 과금 모델, 사용자 소프트웨어(UI/UX) 중심의 차별화, 높은 전환 비용과 구현 복잡성을 해자로 삼던 SaaS의 핵심 전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일단 팔고 보자"는 투매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림자 금융'의 부실로 전염된 공포
더 큰 문제는 소프트웨어 섹터가 비은행(그림자금융)의 핵심, 대체자산 운용사들과 깊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여년 간 소프트웨어는 블루아울캐피털, KKR, 블랙스톤, 아레스자산운용 등이 거대 대체자산운용사들이 굴리는 사모펀드와 비즈니스개발회사(BDC) 펀드의 핵심 투자 대상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기업들이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매출이 안정적이고, 구독 기반으로 운영돼 예측 가능성도 높다 보니 투자를 받기에 좋았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은 지난 10년 간 1900개 넘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거나 대출을 내줬습니다. 또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BDC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0%에서 현재 20%로 증가했는데, UBS는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AI 기반 소프트웨어 코딩의 확산으로 이런 투자 논리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싸늘하게 식은 시장에서 고객을 찾지 못해 부도라도 나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BDC 펀드와 운용사들도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습니다. UBS는 최악의 경우 사모대출 부실률이 12~13%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하이일드 회사채 부도율보다 6배 더 높은 수치입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사정이 더 안 좋을 수 있습니다. 비은행 사모대출 시장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공시 의무가 헐겁습니다. 또 공개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나 상장 회사채와 달리 실시간 시장 가격이 없기 때문에 부실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시장의 신뢰가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이날 블루아울은 작년 말 기준 운용자산의 약 8%만이 소프트웨어 대출에 노출되어 있으며 "성과 악화나 의미 있는 손실 징후를 전혀 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JP모건은 자체 분석을 통해 블루아울 BDC 펀드의 소프트웨어 대출 노출도가 30%대라고 추정했습니다. 최근 6개월 간 각각 40%, 23% 폭락한 블루아울과 블루아울 BDC펀드 주가는 이날도 3% 안팎 하락했습니다.
AI 반도체·인프라로 튄 불똥
소프트웨어 대출에 특화한 블루아울 사모대출 펀드는 지난주에만 순자산의 15%를 넘는 규모의 자금 인출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소프트웨어 대출의 공정가치 하락에 따른 마진콜, 상환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대응하려면 펀드는 어떻게든 현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금속 자산, 빅테크 등등 이미 많이 올랐거나 우량한 자산도 급하게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겁니다. 소프트웨어발(發) 위기가 일견 엉뚱하게도 다른 자산군과 섹터로까지 전염된 첫 번째 이유입니다.
올 들어 전 세계 증시 수익률 1위를 찍은 코스피에서도 최근 며칠 외국인 자금 매도가 거셌던 데에도 일부 이런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뿐 아닙니다. 사모자본은 AI 데이터센터·전력·네트워크 등 실물 인프라 투자의 핵심 자금줄 역할도 해왔습니다. 블랙스톤, KKR, 블루아울 등이 만든 프로젝트 파이낸스·인프라 펀드는 오라클과 메타, xAI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의 자금 조달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부채비율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합작법인을 세워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식(오프밸런스 구조)도 많이 활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 데이터센터나 전력 인프라에 대한 사모자본의 레버리지 공급 여력도 위축될 수 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천문학적인 투자 확대 선언에 지금 시장이 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자금 조달이 빡빡해지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되고, 결국 반도체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차익 실현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버블 붕괴 아닌 AI 과밀 포지션 정리
월가는 지금의 하락이 'AI 버블 붕괴'가 아닌 과도하게 쏠렸던 모멘텀 포지션이 정리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에서만 봐도 지금은 AI에 대한 수요가 너무나 강한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어떻게든 더 투자를 늘려야 하는 국면입니다. 거품이 꺼지거나 반도체 사이클이 끝나는 징후라고 보긴 아직 어렵다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기술 전문 애널리스트 비벡 아리아는 "AI 경쟁 심화의 직접적 수혜를 입을 수 있는 AI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소프트웨어 섹터와 동반 하락하는 건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없다"면서 "결국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던 작년 1월 딥시크발(發) 조정과 유사해보인다"고 했습니다. 당시 시장은 딥시크가 더 저렴하게 더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에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와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지요.

아리아는 "AI를 기업이 실제로 활용하는 데엔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도입 후에도 지속적 모델 고도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AI 투자가 단기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버블 공포에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지금의 매도세는 AI 반도체와 실물 인프라 테마에 과도하게 몰렸던 모멘텀 자금이 정리되는 과정일 뿐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AI 전력 인프라, 국가안보 테마, 네오클라우드, 우주·위성 등 지난 1년간 고변동 모멘텀 주식에 대한 매수 열기는 상위 1% 수준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자금이 일방적으로 쏠리면서 과열이 극심해졌다는 뜻입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해 연간 139% 상승한 데 이어 올 들어 1월까지 한 달 만에 45% 급등
했습니다. 그만큼 상승 피로도 쌓인 상태였지요. 여기에 소프트웨어 종말론 같은 스트레스가 덮치자 차익실현과 과밀 포지션 조정이 격렬하게 촉발된 것입니다.

대신 에너지, 화학, 필수소비재, 경기민감주, 지역은행 등 수년간 소외됐던 저평가 섹터와 가치주로 일부 자금이 재분배되고 있습니다. 이는 상승장의 끝이라기보단, 과열을 식히며 ‘AI의 진짜 승자’를 가려내는 순환매 국면에 가깝다는 진단입니다.
"강했던 1월 이후 2월 전환점 맞이"
2월은 이렇게 변동성의 파도 속에 순환매가 가속화하면서 투자자들을 시험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럽너 시타델증권 총괄은 "1월 강세장을 주도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연초처럼 기록적인 속도로 많이 매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계절적으로도 연초 포지셔닝이 정리되는 2월엔 자금 유입이 둔화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증시가 조정·횡보하는 경향성이 짙다"고 분석했습니다. 완화적인 정책 순풍, 견조한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 등 강세장의 근거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2월은 조정과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직 AI 버블이 무너질 때가 아니라는 시각에 동의한다면 지금의 하락은 향후 우량 성장주의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비스포크는 “지금 내던져진 종목들 중 일부는 장기적으로 훌륭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반등 전까지 더 큰 변동성이 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투자 심리가 극도로 악화하고 급락세가 점점 더 많은 자산군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선 섣불리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벤 스나이더 골드만삭스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특히 소프트웨어 섹터에 대해 “과거의 대규모 기술 변화 국면을 보면 주가가 안정되려면 실적 전망이 먼저 안정돼야 한다”며 “지금은 AI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 단기 실적만으로는 추가 하락 위험이 없다고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파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동안 투자자들에겐 이미 많이 오른 모멘텀 주식과 기술주에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편중돼 있진 않은지 점검하고, 에너지·헬스케어·소비재 등 상대적 저평가 기업과 섹터로 다변화하는 전략도 필요해보입니다. 미국 증시는 최근 3년간 상승을 사실상 독점한 기술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갈수록 민감해지고 있습니다. 월가에서 작년 말부터 꾸준히 저평가 가치주, 경기민감주 등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이 늘고 있는 이유입니다.

또 기술주 내에서도 AI 승자가 될 기업을 선별하는 '옥석 가리기'는 앞으로 더 본격화할 것입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혹독한 시험대에 섰지만, 다른 섹터로도 확산할 수 있습니다. AI라는 테마와 미래 성장 기대만으로도 상승하던 초기 단계는 이제 끝나고, 시장은 AI로 인해 어떤 기업이 실제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구조적으로 수혜를 볼 것인지, 새로운 산업과 시장은 어디에서 탄생할 것인지 등을 가려내는 종목 선별이 핵심인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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