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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젊게 살려는 영포티…'불편한 꼰대' 비판 괜찮나

입력 2026-02-09 09:00   수정 2026-02-09 15:31


한때 개성과 소비 감각으로 1990년대 문화를 주도한 이른바 X세대는 이제 40세를 훌쩍 넘겼다. 이들은 최근 ‘영포티(Young Forty)’라는 이름으로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당초 영포티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 관리에 적극적인 40대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던 마케팅 용어였다. 인구 구조의 고령화로 중위 연령이 상승하면서 40대가 사회의 실질적인 ‘허리’이자 가장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세대가 됐음을 선언하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 의미가 빠르게 바뀌었다. 지금의 영포티는 “나잇값을 못 한다” “젊은 세대의 문화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기득권”이라는 조롱과 멸칭에 가깝다. 영포티 논란은 한국 사회 내부의 세대 갈등을 드러내는 거울이 되고 있다.
[찬성] '젊은 척'만…내면은 일방적·권위적, "자신이 사회의 중심"…청년들 '눈쌀'
영포티 논란을 두고 흔히 “나이 들어도 젊게 살 자유가 있다”고 반론한다. 그러나 비판의 초점은 애초부터 외모나 취향 자체에 있지 않다. 2030 세대가 문제 삼는 것은 일부 40대가 젊음을 소비하는 방식이 타인에게 불편함과 위계를 동반할 때다. 영포티라는 말에 담긴 반감은 ‘젊게 산다’는 사실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직장이나 생활 현장에서 연령과 경력을 앞세워 권위를 행사하면서도, 자신보다 훨씬 어린 세대에게는 수평적 관계와 친밀함을 구하는 이중적 태도가 반감을 자초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영포티를 “말투는 부드럽고 배려심 있는 척하지만, 내면은 지독하게 권위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직장 내에서 스스로를 개방적인 상사로 자처하고 친밀함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그 친밀함을 무기로 업무 외적인 복종을 강요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소프트 꼰대’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젊은 세대와 친구 같은 관계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연장자의 권위를 동원해 자기 의사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비아냥이 담겨 있다.

40대의 이런 내면에는 자기 인식의 오류가 있다. 일부 영포티는 여전히 자신을 문화와 사회의 중심에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나는 아직 젊다”는 자기규정과 “이 정도는 내가 누려도 된다”는 암묵적 특권 의식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젊은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본인은 스마트하고 경험 많은 ‘중년의 매력남’이라고 자부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그저 거절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불편한 연장자일 뿐이라는 점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취업난과 주거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2030에게, 이미 안정된 기반을 갖춘 40대가 수백만 원짜리 명품 스트리트 브랜드를 입고 젊음을 과시하는 것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기득권을 과시하는 행위로 읽힐 뿐이다.
[반대] "취향을 나이로 재단해선 안 돼"…혐오 이면에 세대 간 정치적 대립 투영
‘개인의 취향을 나이로 재단할 수 없다’는 건 보편적 권리다. 40대가 아이폰을 쓰고 스트리트 패션을 즐기는 것은 조롱받을 일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받아야 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적 선택이다. 특히 40대는 1990년대부터 해당 문화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해 온 주역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수십 년간 이어온 취향을 갑자기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는 시대착오적인 ‘연령 차별’이다.

영포티는 실재하는 집단이라기보다, 마케팅과 온라인 담론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가깝다. 취향과 태도, 정치 성향과 삶의 조건이 제각각인 수많은 40대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는 순간, 논쟁은 현실을 왜곡하고 만다. 이해를 돕기보다 또 다른 낙인을 찍는 방식이다. 40대 중에는 권위주의를 타파하려 노력하며 직장 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합리적인 리더가 훨씬 많다.

영포티를 기득권으로 보는 시각도 동의하기 어렵다. 2030 세대가 영포티를 향해 쏟아내는 분노의 본질은 그들의 옷차림이 아니라, 그들이 선점한 ‘자산의 사다리’에 대한 박탈감이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오늘날의 40대는 안정된 기득권 집단이 아니다. 부모 세대의 부양과 자녀 세대의 양육 책임을 동시에 짊어진 ‘샌드위치 세대’로서 극심한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겪고 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청년기에 겪으며 평생직장 개념이 붕괴하는 과정을 목격했고,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무한 경쟁에 내몰린 끝에 살아남은 생존자다. 이제 40대가 됐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고용 불안과 생계 부담 속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수많은 40대 중 일각의 소비나 취향을 전체의 문제인 양 비난하는 것은 악의적인 음모에 가깝다.

영포티 혐오의 이면에는 2030 세대의 보수화와 4050 세대의 진보적 성향 간 정치적 대립이 투영돼 있다. 영포티라는 프레임은 갈등을 인위적으로 증폭시키는 정치적 기제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
√ 생각하기 - 영포티는 없다, 갈등을 만드는 프레임만 있을 뿐
영포티 논란의 본질은 ‘40대가 젊게 사는 게 옳으냐’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왜 특정 세대를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 비난하게 됐는가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자산 불평등, 그리고 가치관의 급격한 변동이 ‘세대’라는 가장 취약한 고리를 통해 분출된 현상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취향과 태도, 정치 성향과 삶의 조건이 제각각인 개인들을 영포티라는 틀에 욱여넣는 순간, 논쟁은 현실이 아니라 허상과 싸우는 양상이 된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건 새로운 낙인이 아니라 생각의 전환이다. 일부 개인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구성 오류다. 세대를 가르는 언어를 내려놓고 생산적인 공동체 논의로 나아갈 때 비로소 갈등의 온도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세대라는 이름으로 묶인 집단 혐오와 조롱의 언어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 자정이 필요하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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