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연세대학교나 홍익대학교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시간은 120분으로 비교적 넉넉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면적 사고를 요구하는 논리 구조와 수리 논술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글자 수를 채우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설계 단계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듭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120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는 평이 지배적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런 대학들은 속도보다 복잡한 논리 구조를 흐트러짐 없이 세울 수 있는 ‘사고의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동국대 등은 상대적으로 분량 부담이 적은 편에 속합니다. ‘시간 내 완성이 어렵지 않다’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나만 다 쓰는 것이 아니라 옆자리 경쟁자도 다 쓰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분량 난이도’가 낮은 대신, 아주 작은 감점 요인이나 키워드의 누락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집니다. 즉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빈틈없이 정교하게 쓰느냐’의 싸움으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아래는 학교별 시험의 일반적인 글자 수를 실질적 분량과 함께 난이도별로 정리해본 것이므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A, B, C 세 학생이 아래와 같은 상황에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A 답을 잘 맞히지만, 길고 자세하게 쓰기를 어려워함
B 시간만 있으면 길게 잘 쓰는 편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림
C 답안이 남보다 논리적으로 밀도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시간 내에 글을 빨리 쓰는 편이고 국어 실력이 좋음

성균관대 답안은 B, C 특성의 장점이 섞여야 해서 제외했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분류는 일반적 특성에 따른 것이고, 속도가 느려도 연습에 따라 단점을 커버하는 학생도 많으니 절대적 기준으로 생각하지는 마세요. 일반적으로는 논술을 보조적 유형으로 생각하며 공부하는 학생이 많아 본인의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위와 같이 분류해보았습니다.
또한 문학 작품 독해에 강점이 있는지(건국대·중앙대 등), 아니면 짧은 제시문을 빠르게 분석하는 데 능한지(서강대 등)를 파악해 대학별 유형과 나의 궁합을 맞춰보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논술 준비는 단순히 기출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그 대학이 요구하는 ‘시간의 리듬’에 내 손과 머리를 동기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문논술은 정해진 시간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벌어지는 전략 게임입니다. 우리 아이가 가진 사고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깊이를 정해진 시간 안에 종이 위로 쏟아낼 수 있는 그릇이 준비되었는지를 먼저 살피십시오. ‘무엇을 쓸까’를 고민하기 전에 ‘어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싸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합격으로 가는 첫 번째 전략적 선택이 될 것입니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