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탈세 의혹에 휩싸인 가수 겸 배우 차은우를 향한 ‘손절’이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앞서 광고계에서는 그의 영상을 잇달아 삭제한 데 이어 군 복무 중인 그가 출연한 국방부 홍보 영상도 최근 비공개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고 짚으며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불과 1·2년 사이에 가수 김호중을 비롯해 배우 유아인·조진웅, 예능인 박나래·조세호 등이 ‘캔슬 컬처’ 현상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출당했다.문제는 이 ‘캔슬 컬처’가 누구나 알고 쓸 수 있는 쉬운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에서 2023년 ‘등돌림 문화’로 다듬었다.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에 있는 인사가 논쟁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에서 해당 인물에 대해 지지(follow)를 취소하고 거부하는 현상”이란 설명이 붙었다. ‘등돌림’이란 말은 관용구 ‘등(을) 돌리다’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이 말은 ‘뜻을 같이하던 사람이나 단체와 관계를 끊고 배척하다’는 의미다. ‘등돌림’은 ‘왕따’와는 좀 다르다. ‘등돌림’이 애초 관계를 맺고 있다가 어떤 사유로 인해 그 관계를 끊고 멀리하는 것에 비해 ‘왕따’는 특정 대상을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의도적으로 따돌리고 괴롭히는 일이다.
‘등돌림 문화’는 얼핏 보면 ‘캔슬 컬처’의 의미를 상당히 근접하게 담아낸 순화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문화’와의 결합은 어색한 감을 준다. 우리말에서 이 ‘문화’의 쓰임새가 여기저기 아무 말과 잘 결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강도나 절도 같은 범죄 행위를 ‘강도 문화’니 ‘절도 문화’라고 하지 않는다. 간혹 ‘폭력 문화’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다. 의미적으로도 ‘폭력’과 ‘문화’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보다 우리말에서는 ‘강도질’이니 ‘도둑질’이니 하는 식으로 부정적 행위에는 접미사 ‘-질’을 붙여 파생어를 만든다.
갑질이 일어나는 사회적 경향을 말하고자 한다면 행태 또는 풍조, 풍토라고 하면 그만이다. 폭력이 범죄일 뿐 그것이 문화가 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그런 점에서 ‘등돌림 문화’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영어에서 cancel이나 rape 등에 culture를 붙여 개념을 만든다고 우리말에서 이를 직역해 말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그냥 ‘등돌리기’라고만 해도 충분하다. 접미사 ‘-기’는 일부 동사 어간에 붙어 ‘그렇게 하는 일’의 뜻을 더해 명사를 만든다. ‘달리기, 사재기, 줄넘기, 쓰기, 말하기, 모내기’ 등이 다 그렇게 만들어진 말이다. ‘등돌리기’가 아쉬우면 ‘등돌리기 현상’이나 ‘등돌리기 풍조’ 같은 말을 문맥에 따라 골라 쓰면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거창하게 ‘~문화’라고 포장할 말이 아니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