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거나 연루된 이들을 겨냥한 보복 조치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부상자를 치료한 의료진, 사망자의 유족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인사들을 체포하는 등 광범위한 제재에 나섰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은 지난해 12월 말 시위 발발 이후 체포된 인원이 최대 4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당국이 공식 발표한 3000명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정부 시위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시위대를 겨냥한 보복성 체포는 계속되고 있다. 체포 대상에는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당국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부상당한 이들을 치료한 의료진도 포함됐다. NYT는 이란 내 의사들을 인용해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등 최소 11명의 의료진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를 지지하거나 참여자들을 도운 커피숍 등 상점의 영업을 정지시키고 일부 자산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한 진압 과정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현지 언론사도 폐간 조치를 받았다.
시위 도중 사망한 이들의 유족 역시 보복의 대상이 되고 있다. NYT는 당국이 유족과 친척들을 정기적으로 소환해 장례식과 추모 행사를 감시·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유족은 "울지 말고, 장례식이 열린 집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요구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란 당국의 강경 대응은 반정부 시위를 체제 전복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는 지도부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끄는 이란 체제는 서방 제재로 인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으며 민생 악화로 반체제 시위가 재발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시위는 잠잠해졌지만 저항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영화감독, 법률가, 인권운동가 등 시민사회 인사 17명은 지난주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조직적으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전역의 의대·간호대·치대 31곳 학생들은 동료 학생 피살과 의료진 탄압에 항의해 시험을 거부하고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이란 당국의 보복 조치는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이란 협상단은 6일 오만에서 만나 이란 핵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회담을 시작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은 핵 문제 외에도 미사일 구축, 중동 내 대리세력 활동, 시위대 탄압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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