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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난공불락 RAS 종양 정면돌파…NRAS 흑색종 유일한 대안 확보”

입력 2026-02-09 09:36   수정 2026-03-12 15:02



한미약품이 ‘난공불락’으로 불려온 RAS 표적항암 분야에서 내성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pan-RAF 저해제 ‘벨바라페닙’과 SOS1 저해제 ‘HM101207’ 두 축을 중심으로, 미충족 수요가 큰 RAS 경로를 공략하는 차별화 파이프라인을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노영수 한미약품 항암 임상팀 이사는 6일 인터뷰에서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독성과 내성 난제에 부딪혔던 RAS 항암제 영역에서 독자적인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며 유의미한 임상적 성과를 입증해 내고 있다”고 밝혔다. 노 이사는 18년 동안 한미약품에 몸담으며 항암제 연구개발(R&D)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온 임상 전문가다.
벨바라페닙, 기존 치료제 한계 극복…“NRAS 흑색종의 새 길”
한미약품은 현재 40년 넘게 ‘약물 개발이 불가능(Undruggable)’하다고 여겨졌던 RAS 표적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RAS 항암 포트폴리오의 전면에 배치한 에셋은 벨바라페닙이다.

암세포 증식 신호는 ‘RAS→RAF(BRAF·CRAF)→MEK→ERK’로 이어지는 단계적 전달 체계를 통해 활성화된다. 이 경로는 세포의 증식과 생존, 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신호 네트워크다. 세포가 정상일 때는 이 신호가 필요한 순간에만 작동한다. 하지만 NRAS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신호 스위치가 계속 켜진 상태로 유지되며 MEK와 ERK가 반복적으로 활성화된다. 이러한 비정상적 활성화는 종양 증식과 연결된다.

특히 NRAS 변이 암에서는 RAF 단백질이 서로 결합한 형태로 작동하며 더 강한 성장 신호를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다. RAF 계열은 BRAF, CRAF로 구성된 신호 모듈로 하위 경로를 조율한다. 기존 1세대 RAF 저해제는 특정 BRAF 변이에는 효과를 보였지만, RAF 결합 구조가 중심이 되는 NRAS 변이암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일부 경우에는 오히려 하위 신호를 더 활성화시키는 ‘역설적 활성화’가 나타나며 치료 효과를 떨어뜨렸다.

벨바라페닙은 설계 단계부터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고려했다. RAF 결합 구조 전체를 동시에 억제하도록 설계된 pan-RAF 저해제다. BRAF와 CRAF의 활성화를 함께 차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노 이사는 “단일 타깃이 아닌 BRAF, CRAF를 동시에 잡아 하위 신호 활성화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며 “기존 약물이 대응하지 못했던 NRAS 변이암의 신호 전달을 보다 근본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상 데이터에서도 그 효능이 확인됐다. 임상 1상 결과 NRAS 변이 흑색종 환자군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38.5%, 무진행생존기간(mPFS) 7.3개월을 기록했다. 또한 BRAF 유전자 융합 및 삽입·결손(fusion/indel) 변이가 있는 고형암(흑색종, 폐암, 대장암 등) 환자군에서는 ORR 66.7%, mPFS 13.7개월을 나타냈다.

현재 한미약품은 NRAS 변이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독자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NRAS 변이 흑색종은 NRAS를 직접 표적하는 치료제가 없는 영역으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적응증이다. 환자 규모가 제한적인 희귀암에 속하는 만큼 치료 옵션 확대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노 이사는 “시장 규모보다 환자 베네핏을 우선순위에 둔 경영진의 결단이 있었다”며 “희귀의약품 지정 및 신속 심사 트랙을 활용해 2028년 국내 허가 신청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HM101207, 글로벌 실패 요인 해결…“병용 최적화”
한미약품의 또 다른 RAS 표적 항암제의 핵심 축은 SOS1 저해제 ‘HM101207’이다. SOS1은 신호전달 경로상 RAS의 바로 윗단계에 위치해, 전체 경로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전원 스위치’ 역할을 한다.

SOS1→RAS→RAF→MEK→ERK로 이어지는 암세포 성장의 신호 전달 체계에서 SOS1은 잠들어 있는 RAS를 깨워 신호를 보내도록 유도한다. 암세포 내에서 SOS1이 과하게 작동하면 RAS가 계속해서 활성화되고, 결국 하위 경로인 RAF와 MEK 등으로 걷잡을 수 없는 성장 신호가 전달된다.

노 이사는 “HM101207은 RAS 신호 체계의 가장 상단에서 엔진의 시동 자체를 걸지 못하게 차단하는 역할”이라며 “현재 허가 받은 KRAS 저해제들이 직면한 내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병용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HM101207의 차별성은 ‘수직 저해(Vertical Inhibition)’ 전략에 있다. 상용화된 KRAS G12C 저해제 등은 하부 단계인 RAS 단백질만 억제하는데, 암세포는 곧 상위 단계인 SOS1을 활성화해 우회로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암이 약물에 내성을 갖게 되는 주요 기전이다.

노 이사는 “HM101207은 상위 단계인 SOS1과 하위 단계인 KRAS를 동시에 타격하는 ‘수직 차단’을 할 수 있다”며 “특히 현재 승인된 KRAS 저해제가 작동하기 좋은 ‘Off(비활성)’ 상태를 SOS1 저해제가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단독 투여 시 발생하는 내성 우회 경로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SOS1 저해제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대다수가 임상 단계에서 약물상호작용(DDI)이나 독성 문제로 고배를 마셨다. 특히 간 대사 효소인 CYP 효소를 시간 의존적으로 억제(TDI)하는 이슈는 병용 요법이 필수적인 SOS1 저해제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노 이사는 “HM101207은 기존 선행 약물들이 풀지 못했던 TDI 이슈를 완벽히 해결해 잠재적 리스크를 극복한 물질”이라며 “타깃 선택성이 매우 높고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낮아 다양한 항암제와 병용 가능하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HM101207을 KRAS G12C 저해제뿐만 아니라 G12D, G12V, 나아가 pan-KRAS 저해제와 MEK 및 EGFR 저해제까지 아우르는 다중 병용 파트너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노 이사는 “차별화된 전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6년 하반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헸다.

올해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는 레볼루션 메디슨 등 KRAS 파이프라인의 핵심 임상 데이터 발표가 대기하고 하고 있다. RAS 타깃 시장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벨바라페닙과 HM101207을 앞세워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BD)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노 이사는 “희귀암 분야의 신약 개발은 인류의 삶을 지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한미의 ‘인간존중’ 이념을 실천하는 도전”이라며 “치료 대안이 없어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신약으로 새로운 희망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6년 2월 9일 9시36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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