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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아이돌 멤버 없는데 '100만' 돌파…극장가 '대이변' [김예랑의 무비인사이드]

입력 2026-02-07 06:55   수정 2026-02-07 11:50


박시후 주연의 영화 '신의악단'이 극장가의 이변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 70만 명을 가뿐히 넘기고, 100만 관객 고지를 돌파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영화 '신의악단'이 개봉 5주 차에 누적 관객 수 101만 2113명을 기록하며 역주행 신화를 썼다. 개봉 초반 적은 상영관과 낮은 기대 속에서도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 궤도에 오른 이 작품은 '만약에 우리'에 이어 올해 한국 영화 중 두 번째로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지난 6일 기준 박스오피스 순위에서도 3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신의악단'의 흥행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적은 스크린 수로 출발했던 이 작품은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에 힘입어 박스오피스 5위로 시작한 뒤 1위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역주행을 이뤄냈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침체된 극장가에서 진행 중인 흥행 흐름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신의악단'의 관객 구성은 눈에 띄는 특징을 보인다. CGV 실관람객 예매 분포는 △40대 27%, △50대 24%, △30대 21% 등 중장년층 비중이 높은 편이다. CGV 골든에그지수는 87%를 기록하며 네이버 관객 평점도 9점 대로 높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가슴 벅찬 스토리와 음악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종교적 메시지를 넘어 보편적 인간 이야기로 다가왔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 등의 관람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러 교회와 소모임에서는 단체 관람이 잇따르며 문화적 소비 현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 교회 청년부는 "한 관을 대관해 교회 전용으로 단체 관람한다"고 안내하며 회비 1만 원을 받고 함께 관람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단체화된 관람 형태는 평소 영화 관람에 소극적이던 일부 관객층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단체 관람의 경우 상영 전후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영화를 함께 본 뒤 이야기 나눔이 이어지는 특유의 소비 패턴이 형성되면서 역주행의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의악단'은 북한 보위부 장교가 가짜 찬양단을 만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얼핏 종교 영화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이를 신념과 인간성의 이야기로 풀었다. 실제 영화 곳곳에서는 찬송가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 CCM '은혜', '광야' 등이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감정의 결을 강화한다.

음악과 서사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관객의 감정 흐름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신의악단'은 종교적 경계에 머물지 않고 보편적 인간 서사로 승부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영화 '신의악단'의 흥행은 최근 침체된 극장 산업이 변화의 기류에 들어섰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마케팅과 스타 캐스팅 중심의 블록버스터 전략이 과거의 관행이었다면, 최근엔 고정 관객층을 보유한 타깃형 콘텐츠가 점차 흥행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종교 커뮤니티나 가족 단위 관객처럼 명확한 수요 기반을 가진 작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흥행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종교 영화가 더 이상 틈새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신도층과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 경우, 팬덤 중심의 콘텐츠와 유사한 방식으로 흥행 구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재관람과 추천이 이어지는 소비 패턴은 장기적인 흥행의 원동력이 된다는 게 중론이다.

이러한 구조는 지난해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예수의 생애를 다룬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131만 관객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영화계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단체 관람이 흥행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신의악단'의 경우 종교영화의 색체가 묻어나지만 공감 가능한 내러티브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관객들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경험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의악단'은 그런 정서적 경험을 자극한 대표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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