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야 뭐야?", "아 잠깐만 아 위시(wish·가장 갖고 싶은 상품) 아니야."
6일 오전 10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9층에서 권나은(가명·15) 양과 그의 친언니 권가은(가명·16) 양은 가챠(캡슐토이) 머신 앞에서 분홍색 플라스틱 캡슐을 까보았다. 국제전자센터가 문을 연 지 30분도 안 된 시각이라 주변에는 천막을 거두지 않은 가게들이 많았다. 그 사이에서 권씨 자매는 가챠를 구매하며 다른 가게가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권가은 양은 "아침 일찍 와야 사람이 없어서 센터 오픈 시간에 맞춰 왔다"며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했다. 저번에도 동생이랑 같이 굿즈를 사러 '국전(국제전자센터)'에 온 적 있다"고 말했다. 권나은 양은 "국전에는 일본에도 없는 굿즈가 있다"며 "비싼 건 비싸지만 2만~3만원 대의 피규어도 팔아서 부담스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자상가인 국제전자센터가 애니메이션 등 캐릭터 굿즈를 구매하려는 1020세대들로 붐비고 있다. 게임기기나 게임팩을 주로 판매했던 국제전자센터 9층은 게임보다 가챠나 피규어 등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이 더 많았다. 9층 곳곳에서 "너 쿠지(이치방쿠지)할거야?", "위시 나왔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치방쿠지는 종이 추첨 경품 뽑기로, 랜덤으로 아이템을 얻는다는 점에서 머신에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려 아이템을 얻는 가챠와 비슷하다.
굿즈 매장은 9층을 넘어 8, 7, 6, 5, 3, 2층에도 있었다. 김모(19) 군은 "한층씩 올라오면서 가게를 구경했다"며 "친구가 국전이 유명하니까 가보면 좋을 거 같다고 추천해서 친구들이랑 왔다"고 이야기했다. 김군과 같이 온 최모(19) 군은 "이렇게 굿즈 구경하는 건 모두 다 처음"이라며 "여기는 건물 한 곳에서 여러 제품을 다 둘러볼 수도 있고, 홍대보다 덜 부담스러운 느낌"이라고 했다.

국제전자센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전으로 불리는 동시에 '오타쿠 투어 성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뉴엔AI의 인공지능(AI) 기반 빅테이터 분석 서비스 퀘타아이에 따르면 '국전' 언급량 지난 2024년 2만3000건에서 1년 만에 지난해 기준 15만3900건으로 급증했다. 569.1% 증가한 것. '국전 오타쿠 투어'를 소개한 인스타그램 릴스 조회수는 70만회를 넘었다.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건물 내 공실률도 줄어들었다. 국제전자센터에서 30년간 공인중개사를 운영한 도모(67) 씨는 "국제전자센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30년간 공실이 꾸준히 늘어왔고, 2008년부터 재건축 이야기까지 나왔다"면서 "코로나19 때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부터 굿즈 매장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공실을 많이 메꿨다. 지금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9층에는 공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층에 있는 공실도 큰 규모가 아니었다. 8층 굿즈 상점에서 일하는 30대 직원 A씨는 "8층은 지난해 6월부터 굿즈 가게들이 늘고 있다"며 "9층은 꽉 차 자리가 없다"고 전했다.
고객층도 변했다. 9층 게임기 상점에서 일하는 30대 직원 B씨는 "게임을 사러 오시는 분들보다 굿즈를 보러 오시는 고객이 훨씬 많다"며 "사람도 많아지고, 나이대도 10대 학생부터 20대 등 다양하다. 9층 주요 고객층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테크노마트 신도림점도 국제전자센터에 이어 '오타쿠 투어 성지'로 떠오르는 곳이다. 지하 1층부터, 2층, 3층에 굿즈 상점이 들어서면서 국제전자센터보다 쾌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는 중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신도림 테크노마트 오타쿠 투어' 릴스는 조회수 82만회를 넘어섰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굿즈를 구매하고 대표적인 장소가 생기고 있다는 건 그만큼 시장이 확실히 커졌다는 의미"라며 "굿즈는 애정을 가지고 소장용으로 소비하는 제품인 만큼 직접 보면서 퀄리티를 확인하고 다른 제품들도 둘러보는 게 또 하나의 재미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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