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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청결과 효율의 감옥, '불쾌할 권리'를 잃었다

입력 2026-02-06 17:59   수정 2026-02-06 18:00

쓰레기 하나 없는 거리, 분 단위로 맞춰 움직이는 대중교통, 소음과 냄새가 제거된 공간, 친절하고 신속한 서비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청결하며 효율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완벽에 가까운 ‘쾌적함’이 오히려 우리를 숨 막히게 하고 있다면 어떨까.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구마시로 도루는 질서·청결·효율·균질화로 요약되는 현대 사회의 미덕이 어떻게 개인을 억압하고 배제하는지 추적한다. 일본 사회를 향한 분석이지만, 한국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이어진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불쾌해할 권리’다. ‘노키즈존’과 ‘노시니어존’처럼 불편을 제거한다는 명분 아래 특정 집단을 밀어내는 관행은 차별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이 권리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더 건강하고, 더 생산적이며, 시스템에 잘 적응한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에 가깝다. 그 결과 사회는 점점 더 협소한 정상성의 규격을 만들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이들을 문제적 존재로 분류한다.

이 압박은 정신의학의 영역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폭증하는 ADHD와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개인의 결함으로만 보지 않는다. 빠르고 능숙하며 언제나 친절한 ‘고성능 인간’만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조금 느리거나 서툰 특성은 곧 교정 대상이 된다. 다양성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균질성을 강요하는 사회가 개인을 환자로 만들어간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가 ‘정상’이라는 말이 얼마나 손쉽게 폭력이 되는지를 짚어내는 지점이다. 정상은 평균을 뜻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에 가깝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며 감정 조절이 능숙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존재. 이 기준이 내면화될수록 사람들은 스스로를 검열하며, 기준에 미치지 못할까 불안해한다. 사회는 더 조용하고 매끈해지지만, 그만큼 숨 쉴 틈은 사라진다.

건강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늘날 건강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되었다. 운동과 식단 관리, 노화 방지는 기본값이 됐고, 건강한 몸은 미덕을 넘어 우월함의 증표처럼 작동한다. 반대로 질병과 노쇠는 병원과 요양시설 안으로 밀려나 일상에서 지워진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삶과 죽음을 사유할 기회를 잃었다고 말한다.

출산과 육아를 둘러싼 풍경도 다르지 않다. 울고 소란스러운 아이는 질서 밖의 존재로 취급되고, 부모는 아이가 시스템에 민폐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기록적인 저출생을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쾌적함에 중독된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한다.

책은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이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지나치게 완벽해진 사회의 기준 그 자체라고 말한다. 타자와 공존하며 감수해야 할 작은 불편을 견디지 않는 한, 우리는 모두 언제든 배제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군이다. 불편을 제거한 사회에서 사람이 사라졌다면, 우리는 과연 더 자유롭고 행복해졌는가.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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