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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조용히 사라진 청년 창업가들

입력 2026-02-06 17:25   수정 2026-02-07 00:18

“안녕하세요. OOO라고 합니다. 스타트업 기사를 많이 쓰시는 것 같아 연락드렸어요.”

스타트업 취재팀에 배치된 7년 전 얘기다.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가 불쑥 메일을 보내왔다. 나이는 스물여덟이고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막 차렸는데 회사를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신문사 문을 두드려본다고 했다. 당시 플랫폼 비즈니스 붐을 타고 쏟아진 신생 벤처들은 언론 노출에 목말라하는 일이 많았다. 시드(seed) 투자를 유치하거나 직원 채용 공고를 낼 때 ‘검색해도 아무것도 안 나오는 회사’면 불리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 목적으로 찾아와도 상관없었다. 사업 모델이 합리적이고 문제의 소지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기사를 쓰라는 게 회사 방침이었다.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자”고 답했다.

신문사에 나타난 그는 웬 무거운 킥보드를 들고 왔다. “이게 곧 길거리에 깔리는데요. 혹시 실물도 궁금해하실까 해서요.” 솔직히 말하면 비슷한 스타트업이 우르르 등장하던 때라 특별한 ‘엣지’를 느끼지는 못했다. 차별화 포인트가 뭐냐는 질문에도 대비했던 모양이다.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또 한 보따리 풀어놓기 시작했다. 열과 성을 다하는 풋풋함이 예뻐 보여서 끝까지 들었다.


그와 비슷한 초기 창업자를 이후에도 여럿 접할 수 있었다. 파릇파릇한 기업을 만나는 일은 재밌었다. 그 바닥 특유의 활력 때문이다. 투자 유치 경연 행사인 데모데이를 가보면 ‘으쌰으쌰’하는 창업팀의 열기에 나까지 기(氣)를 받는 느낌마저 들었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똑같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저 폐업합니다”라고 알려온 사람은 없었다. 명함 앱으로 연결된 그들의 직함이 ‘대표’에서 ‘대리’나 ‘매니저’로 하나둘씩 조용히 바뀌어가는 것을 보고 알았다. 실패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지독한 아픔으로, 누군가에겐 유익한 자양분으로 남았으리라 짐작할 따름이다.

스타트업 판을 취재하면서 아름다운 모습만 목격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절실하지는 않았다. 기관의 치적을 위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창업 공간과 지원금, 그리고 그걸 뽑아 먹는 법을 컨설팅하는 거대한 시장이 존재했다. 꽤 오래된 병폐라고 하던데, 그런 예산은 해마다 불어나기만 했다. 눈먼 돈은 5년, 10년 가는 기업이 아니라 이력서에 적어 넣을 커리어를 목표로 창업하는 사람에게도 적지 않게 새어 나갔다. 사회적 가치, 로컬, 시니어 같은 아름다운 단어로 포장을 잘하면 가능했다.

최근 정부가 ‘창업 사회’를 화두로 제시했다. “고용보다 창업으로 국가의 중심을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가 갈수록 힘든 인공지능(AI) 시대에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창업 오디션을 대대적으로 연다는 얘기는 다소 의아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뽑아 약간의 종잣돈을 쥐여주는 경연 대회는 과거에도 넘쳐났고 지금도 많다. 전국에서 5000명을 선발해 창업 활동 자금 200만원씩을 지원하는 이벤트가 AI 시대에 맞는 창업 열풍을 일으킬 최적의 방법일까. 물론 이런 행사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말이다.

벤처 생태계는 100개가 생기면 99개는 죽고 1개만 살아남는 곳이라고들 말한다.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 못지않게 ‘확실히 될 놈’을 만들어내는 스케일업도 중요하다. 업계에서 꽤나 촉망받던 스타트업들이 좌초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돈이 쪼들려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거나, 예상치 못한 규제와 견제에 발목이 잡혔거나. 모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리콘밸리, 텔아비브, 선전 같은 롤모델을 꺼내왔지만 환경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지금 단계에서는 20년 넘게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스케일업이 왜 잘 안 됐는지를 복기하는 일이 더 절실하지는 않을까.

창업 활성화를 논하려면 결국은 일자리 얘기도 함께 해야 한다. 다산다사(多産多死)가 불가피한 창업에서 실패한 이들을 품어줄 그만한 안전판이 없다. 40~50대에 늦깎이로 창업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런 얘기도 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사업에 뛰어드는 일을 무조건 장려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충분히 경험해본 사람이 실패 확률도 훨씬 낮아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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