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평택시에 있는 인구 2만 명의 작은 마을 청북읍. 이곳은 ‘K뷰티 수출의 핵심 거점’이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의 4분의 1(직·간접 포함)을 책임지는 글로벌 1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의 평택 1·2공장이 이곳에 있다.
지난 5일 방문한 평택 2공장(사진) 통로에는 ‘변화 없이 생존 없고, 혁신 없이 성공 없다’라는 현장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 공정실 안에선 방진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분홍색 가루가 가득 담긴 드럼통을 옮기고 있었다. 같은 분홍색이지만 조색 공정을 거치면 ‘쿨핑크’ ‘웜핑크’ 등 다양한 색감의 아이섀도와 블러셔가 된다. 고객사가 원하는 색감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가루를 통째로 버린다.코스맥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람 눈으로 알아채기 힘든 미묘한 색감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한 층 내려가니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섀도를 비전 카메라 ‘눈’이 달린 로봇팔이 손바닥 크기만 한 작은 팔레트에 하나하나 담고 있었다.
코스맥스 평택 공장은 K뷰티의 경쟁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화장품 제조 경쟁력의 핵심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같은 분홍색이라도 색감과 제형이 워낙 다양해 다른 소비재보다 상품 수(SKU)가 유독 많기 때문이다. 트렌드 주기도 짧아 끊임없이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 항상 “한 가지 제품을 10개 만드나, 10가지 제품을 한 개씩 만드나 동일한 생산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코스맥스는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해답을 찾았다. 과거엔 고객사가 원하는 색감과 제형을 정확히 구현하려면 연구원이 5~9번가량 조색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AI를 도입한 뒤 3번으로 줄었다. 경기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AI로 색감과 배합 비율을 정확히 계산하면 공장에서는 자동화 기계가 레시피에 맞게 가루를 배합한다. 오차율은 0%에 수렴한다. 아이섀도 제품을 조립하거나 스킨, 립스틱 통에 액체를 주입하는 반복 작업엔 로봇을 투입해 효율성을 20% 끌어올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코스맥스는 최소주문수량(MOQ)을 1000개로 낮췄다. 이종현 코스맥스 공장지원팀장은 “재고 부담 없이 신제품을 테스트해보려는 중소 브랜드는 물론 해외 셀럽도 자기 브랜드를 출시하기 위해 코스맥스를 찾고 있다”고 했다.
코스맥스는 겔랑 랑콤 라메르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메디큐브 조선미녀 티르티르 등 K뷰티 대표 주자의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엔 밀려드는 수주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평택 1공장의 물류 창고를 생산라인으로 개조했다. 평택 1·2공장의 연간 생산능력(CAPA)은 5억2200만 개 규모다. 올해 1200억원을 들여 1·2공장 옆에 3공장을 짓기로 했다. 3공장이 완공되면 평택 공장은 화성 공장(6억100만 개)을 넘어 코스맥스 국내 최대 생산기지가 된다.
한국콜마 역시 지난해 K뷰티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 2공장을 열며 제조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지 생산을 통해 K뷰티 유통 속도를 높이고, 현지 브랜드의 수주도 따내는 ‘투트랙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화장품 ODM 톱3 가운데 두 곳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라며 “강력한 제조 생태계는 유럽, 미국 등도 따라잡지 못하는 K뷰티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했다.
평택=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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