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스포츠 경기는 인간의 성취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무대다. 선수들은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수년을 버틴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난 뒤 ‘포스트 올림픽 블루’ 증후군을 겪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이라는 목표에 모든 것을 걸고 몰입한 선수들이 대회가 끝난 후 극심한 허탈감과 공허함을 호소하는 현상이다. 인생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목표가 사라진 뒤 마주한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이다.이 현상은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렸지만 도달하지 못하면 자책과 슬픔이 찾아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목표에 도달해 지대한 부와 명예를 얻었을 때조차 예상하지 못한 공허함을 느끼는 사례도 많다.
문제는 성과와 목표를 중시하는 사회 그 자체가 아니다. 목적과 목표를 동일시한 채, 목표에만 도달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구조가 문제다. 그 과정에서 당장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인간관계나 건강 관리는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린다. 목표를 이룬 뒤 공허함을 느끼는 순간, 그 동안 선택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눈앞의 성취를 위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하버드대 75년 최장기 과제로 알려진 ‘행복의 비밀’ 연구가 있다. 사람을 가장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부와 명예가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임을 밝혀냈다. 사람과 마음을 나누며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일은,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쌓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행복하려는 목적으로 목표를 좇았는데, 정작 목표에 도달한 뒤 목적과의 괴리감을 느끼는 이유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1년 대학 신입생 4100명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인생에서 지향하는 핵심 가치로 과거 중시하던 인간관계나 가정의 화목보다 부와 명예를 꼽는 신입생들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공동체 경험의 결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변화는 사회적 고립 현상을 확대시킨다. 미취업 상태의 은둔 청년이 유발하는 경제적 비용이 연간 5조3000억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다양성보다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사회는 개인의 공허함을 더욱 키우는 구조를 만들었고 개인 역시 이 공허함을 눈앞의 성취로 채우려 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관계의 가치는 또 다시 뒤로 밀린다. 성취를 좇을수록 공허함이 커지고, 공허함을 견디기 위해 더 강한 목표에 매달리는 악순환이다. 관계와 회복의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설계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공허함은 결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