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투자는 결정의 연속이다. 투온을 노릴 것이냐 잘라갈 것이냐, 키작은 소개팅남 톡을 씹을 것이냐 말 것이냐까지. 사모펀드를 운용하다 보면 매일이 아니라 매시간이 선택의 순간이다.이런 순간,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선택을 ‘강요 받는 것.’ 강요 받는 선택에는 옵션이 제한적이고 끌려다니게 돼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우리 계좌와 인생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결정을 지휘할 것인가, 그 묘책을 나눠보자.
투자도 인생도 결정을 단순히 ‘한다’ 혹은 ‘안 한다’로 나누면 극하수다. 항상 가설을 먼저 세우고, 그에 따른 시나리오를 그려라. 매도자가 말한 경영 계획의 반만 달성됐을 때, 창업주가 나가서 경쟁사를 만들었을 때, 장부에 있던 재고가 없을 때, 수주된 계약이 취소 됬을 때…. 불행히도 이 모든 것이 필자의 투자 역사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한 번에 다 사거나, 반만 사거나, 다시 투자하거나, 콜옵션을 미리 걸어두는 등 이 모두 단순히 ‘산다’ 보다 더 고차원의 의사결정이다. 5일선을 건드렸을 때, 20일선을 깼을 때 우리의 투자 결정은 미리 짜여 있어야 한다. 복잡계 결정을 두려워 말라.
둘째, 투자 결정은 느려도 좋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한국에 살다 보면 빠른 의사결정이 제일 멋있게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러나 진정한 맛집 고수는 선택을 서두르지 않는다. 속도가 빠를수록 감정이 개입될 가능성은 크다. 결정을 의도적으로 늦출 수 있다면 감정은 가라앉고 이성이 다시 자리잡는다. 투자는 결국 이성이 지배해야 하는 영역이다. 필자도 한 해에 4건 이상 투자하면 꼭 한건은 반드시 말아먹었다. 지금 아무리 로봇, 인공지능(AI), 은이 핫해 보여도 서두르지 마라. 내일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

셋째, ‘어떻게’ 결정하냐에 집중하라
결정 실력을 높이는 방법은 무얼까. 그건 바로 연습! 근데 무엇을 연습해야하나. 그건 바로 ‘어떻게 결정하는지’다. 누가 제안하고, 누가 반대할 수 있으며,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를 미리 정하라. 혼자 한 번에 할지 여럿이서 여러 번 할 지, 말로 할지 아니면 글로 할지, 비토를 줄지 다수결로 할지. 이런 체계가 없으면 책임은 흐려지고 결정의 실력은 쌓이지 않는다. 당신과 내가 워런 버핏이 아니듯, 좋은 투자는 개인 통찰이 아니라, 잘 설계된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나온다.
의사결정을 서두르지 않는 것과 혼동하기 쉬운 게 무한 실사를 하는 거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다. AI 시대, 우리는 정보의 우주에 이미 빠져 있다. 각 정보가 어떤 인사이트를 주는가, 그 소스는 신뢰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라. 정보보다 분석이, 분석보다 레퍼런스가, 레퍼런스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인사이트가 제일 유용하다. 화장품에 투자한다면 실사를 6개월 돌리는 것보다 최근 화장품 회사를 매각한 친한 창업주와 한잔하는 걸 나는 훨씬 선호한다.
둘째, 뜨거우면 의심하라
나를 포함해 모두가 확신할 때야말로 한 번쯤 뒤돌아봐야 할 순간이다. 기대와 열기가 과열되면 가격은 사업의 본질보다 먼저 앞서 나간다. 투자에서 가장 힘든 상황 중 하나는 비싸게 산 멋진 사업이다. 이렇게 물리면 추가 성장을 만들려는 실행은 고되고 멀티플은 슬금슬금 떨어지며, 작은 변수에도 가격은 흔들리기 십상이다. 필자가 사랑하는 페이스북도 결국 ‘뜨거웠던’ 가상현실을 하겠다고 사명까지 바꾸었다가 결국 가상현실 사업을 대부분 접은 코미디를 잊지 말라.
셋째, 일단 내린 결정을 확정적으로 보지 마라
나의 결정은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아니 거의 반드시 틀린다. 틀린 결정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 필자도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된 딜을 돈 넣기 전에 한 번 더 두드려 보다가 뭔가 의심스러워서 접은 딜이 여러 번 있다. 인간의 확신 편향은 우리 DNA에 박혀서 우리 스스로의 결정을 방어한다. 이 본능을 경계하라. 아무리 쪽팔려도 틀린 결정은 고쳐야 한다. 그것이 손절이든, 해고든, 구조조정이든, 때로는 판을 엎는 깽판이든 상관없다. 냉철함을 잃는 순간 투자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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