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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이사장 "이대로면 재정 고갈", 과잉 진료부터 막아야 [사설]

입력 2026-02-06 17:19   수정 2026-02-07 05:55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그제 정례 브리핑에서 “지출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 올해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험료 수입에 연간 10조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더해도 병원 급여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공단 이사장이 건보 적자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료 수입에서 급여비를 뺀 건보 수지는 이미 2015년부터 적자를 기록해 왔다. 저출생·고령화로 병원 이용자는 늘었는데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제자리걸음을 한 영향이다. 지난해 급여비 지출은 101조7000억원으로, 1997년 건보 체제 출범 이후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공의들이 복귀해 병원 운영이 정상화하면 급여비 지출이 증가할 소지가 크다. 더구나 건보 수지가 흑자일 때 적립한 누적 준비금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건보공단은 준비금 고갈 시점을 2030년께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료를 올리거나, 세금을 더 투입하지 않으면 건보 체제가 작동을 멈춘다는 얘기다.

건보 재정 고갈 시점을 늦추려면 과잉 진료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실손보험을 지렛대 삼아 ‘의료쇼핑’을 일삼는 가입자를 솎아내는 일이 시급하다. 이들이 받는 치료엔 급여와 비급여 항목이 섞여 있다. 병원을 찾는 횟수가 늘면 실손보험뿐 아니라 건보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일반 가입자의 본인부담금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새는 구멍’ 또한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건보공단은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설립한 병원인 ‘사무장병원’의 부정수급액을 연간 3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보 자격을 상실한 외국인이나 재외국민의 부정수급 사례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건보는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제도다. 미래 세대가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누리려면 건보 재정 고갈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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