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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퇴직연금 기금화를 앞두고 생각해봐야 할 것들

입력 2026-02-06 17:19   수정 2026-02-07 00:13

노사정이 퇴직연금 제도 도입 20여 년 만에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어제 발표했다. 핵심은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모든 사업장의 퇴직급여 사외 적립 의무화다.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수급권을 보호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노사정은 우선 500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을 기존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등 계약형 제도와 함께 기금형으로 병행 운용하는 데 합의했다. 가입자 선택권 보장을 이유로 DC형에 한해 금융회사 개방형, 사업자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다양한 기금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기금 난립으로 개별 기금의 규모가 예상보다 작으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률 제고가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이번 선언문에는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 활성화’만 담고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사업 참여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추후 논의를 이어가자는 건데, 국민연금이 수탁법인으로 들어가는 것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국민연금과 관련한 미래 재정 불안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연금마저 국민연금이 운용하면 국민의 노후 자산을 국가가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 이는 운용상 비효율은 물론이고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금 운용의 원칙이다. ‘수탁법인이 오직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수탁자 책임의 원칙이 이번 선언문에 담긴 점은 다행이다. 기금 운용을 맡을 수탁법인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과정에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이 절대 있어선 안 될 것이다. 과거 국민연금 사례처럼 퇴직연금이 증시 부양과 환율 방어, 경영권 개입 수단으로 변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울러 퇴직급여의 사외 적립 단계적 의무화에 따른 영세·중소기업의 부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과 달리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적립 의무는 당장 큰 경영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단계적 시행과 함께 실질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퇴직연금 개혁의 성패는 선언문 자체가 아니라 세밀한 제도 설계와 철저한 원칙 준수에 달렸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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