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앤스로픽은 신형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개하며 SW산업 위기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차기 AI 모델 클로드 오퍼스 4.6을 출시하며 “기업 데이터, 규제 공시, 시장 정보를 분석해 사람이 며칠 걸려 수행하던 금융 분석을 순식간에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영향으로 금융 데이터 회사 팩트셋(-7.21%), S&P글로벌(-2.96%) 등의 주가가 급락했다. 앤스로픽은 지난 3일에도 AI에이전트 클로드 코워드에 법률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하며 리걸줌(-19.75), 톰슨로이터(-15.7%) 등 관련 기업 주가를 폭락시켰다.
같은 날 오픈AI는 코딩 에이전트 ‘GPT 5.3-코덱스’를 내놨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AI가 AI를 만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AI 코딩 도구로 새 AI 모델을 만드는 ‘재귀적 발전’이 본격화했다고 본다. 이 같은 SW 생성 방식은 과거 SaaS 기업들이 확보한 ‘기술 해자’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AI가 명령어 한 번에 수천 줄의 코드를 짜내면서 기존 정보기술(IT) 기업이 구축한 소프트웨어가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일즈포스, 어도비 등이 포함된 아이셰어즈 기술-소프트웨어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까지 5거래일 만에 17.92% 하락했다.
SW산업 위기론에 시장이 발작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AI 인프라 투자에 깊숙이 관여된 자본시장에 경고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사모대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사모대출 펀드의 신흥 강자인 블루아울테크놀로지인컴은 지난주 투자자가 순자산의 15.4% 규모 현금을 인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블루아울은 이날 “작년 말 기준 자산운용의 약 8%만 소프트웨어 대출에 노출돼 있다”고 일축했지만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모자본 부실 우려는 다시 ‘AI 거품론’을 자극하고 있다. 블랙스톤, KKR, 블루아울 등이 AI 데이터센터·전력·네트워크 등 실물 인프라 투자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빅테크는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사모펀드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장부 외 거래’ 방식으로 인프라를 확장했다. 블루아울이 메타와 설립한 270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합작법인이 대표적이다. 블루아울은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3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은 올해 자본지출(CAPEX)을 작년보다 50% 늘어난 2000억달러로 제시했다. 앞서 구글은 올해 자본 투자를 작년의 두 배인 18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분석가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과도한 확장에 매몰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날 아마존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1% 넘게 하락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