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에는 고용노동부, 양대 노총 등 노동계,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청년·전문가 대표 등이 참여했다. 2005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이후 노사정이 제도의 구조적 개선 방향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선언문에 따르면 먼저 퇴직급여의 사외 적립을 전면 의무화한다. 현재 상당수 영세·중소기업이 근로자 퇴직 시점에 목돈을 지급하는데 이를 사외(금융회사)에 예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이 도산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다. 2020~2024년 발생한 전체 임금체불액 8조1100억원 중 40%가량인 3조2130억원이 퇴직금에서 발생했다.
운용 방식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새 축으로 도입한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제도는 기업이 금융회사와 개별 계약을 하는 ‘계약형’이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확정기여형(DC)을 중심으로 기금을 조성해 공동 운용하는 방식이 추가된다. 한 사업장에서 계약형과 기금형을 동시에 도입할 수 있고, 가입자는 이 중 선택할 수 있다.
금융사가 별도 수탁법인 설립…노사 추천 투자 전문가가 운용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2.86%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8.13%)에 훨씬 못 미친다.
노사정은 ‘가입자 이익과 무관한 목적의 기금 활용 금지’도 선언문에 포함했다. 기금이 정치적·정책적 목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노사정은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수탁자 책임’도 법제화한다. 특히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의 경우 이사회 과반을 독립이사로 구성하고, 이 중 30% 이상(최소 2명)은 가입자 추천 인사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연합형 기금의 수탁법인 이사회에는 노사 동수 참여를 보장한다. 이사회와 별도로 기금 운용 전담 기구를 구성·운영하며, 전담기구는 노사가 추천하는 금융·투자 전문가로 운영해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영세·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4년 기준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43만5000개로 도입률이 26.5%에 불과하다. 특히 300인 이상 사업장은 도입률이 92.1%에 달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10.6%에 그쳤다.
다만 영세 사업장은 적립금을 한꺼번에 빼낼 경우 경제적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결정하고 소규모 사업장엔 재정 지원 방안을 병행할 계획이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파산 등 법정 사유가 발생하면 ‘중도 인출’할 수 있고 퇴직 시 ‘일시금 수령 권한’도 보장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총적립액은 49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431조7000억원) 대비 15% 증가한 규모다. 2035년 전후로 시장 규모는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곽용희/강현우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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