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인기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국내 증시가 한동안 갇혀 있던 ‘박스권’을 벗어나자 수익을 좀 더 빠르게 키우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곱절로 추종하는 ETF다.
○ 레버리지·곱버스 투자자 급증
7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주요 레버리지 ETF에 몰린 자금은 조(兆) 단위에 달했다. 코스닥150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에는 1조7897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에 이어 국내 상장된 1060여 개 ETF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는 인버스형 ETF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는 6521억원,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엔 2555억원, ‘TIGER 코스닥150레버리지’엔 1265억원이 각각 순유입됐다.
레버리지 ETF 투자에 새로 뛰어드는 초보 투자자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레버리지 ETF 관련 교육 신규 이수자는 16만7000명으로, 지난해 1월(8600명) 대비 19배 급증했다. 현행 규정상 레버리지 ETF 또는 상장지수증권(ETN)을 거래하려면 금융투자교육원이 제공하는 온라인 사전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지난달 26일에는 교육 신청자가 몰리면서 교육원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 해외 3배 상품에도 수조원 몰려
최근 레버리지 ETF가 인기를 끄는 배경은 단기간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는 투자금으로 주식·ETF를 담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선물자산을 추가로 담는 금융공학 구조를 통해 지렛대 효과를 구현한다. 예컨대 기초지수가 1% 오르면, 2배 레버리지 ETF는 2% 수익을 낼 수 있다.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코스닥150지수가 19.88% 상승하자, 이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30~40%대 후반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49.37%, ‘TIGER 코스닥150레버리지’는 38.59% 상승했다. 일반 지수 추종 ETF에 투자했을 때보다 최대 2.5배가량 높은 수익률이다. 동일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ETF 간에는 총보수, 괴리율, 연분배율 등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 사이에서는 3배 레버리지 ETF가 인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상장 ETF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SOXL)’로, 31억2090만달러(약 4조5820억원)가 유입됐다. 이 ETF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일 상승률의 3배를 추종한다. 하락에 3배로 베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3X(SOXS)’에도 약 5450억원이 순매수됐다.
○ “장기 보유 땐 손실 커져”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는 방향성이 뚜렷한 장세에서 단기적으로 투자할 때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상승이나 하락에 대한 확신이 있을 경우, 적은 자본금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하지만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위험이 크다. 지렛대 효과는 손실도 확대하기 때문이다.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실제 지난 5일까지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24.91% 상승하는 동안, 이에 역으로 투자한 곱버스 ETF는 -40% 안팎의 수익률을 냈다.
최근 금, 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원자재 레버리지 ETN 수익률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국내 상장 은 레버리지 ETN 7종목이 하루 만에 60% 폭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전날 국제 은 선물 가격이 30% 넘게 하락한 여파다. 같은 날 일반 추종형 ETF인 ‘KODEX 은선물(H)’은 가격제한폭인 29.8% 하락에 그쳤지만, 레버리지 ETN은 손실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곱버스 ETF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지수는 중장기적으로 이론상 상승 여력이 무한한 반면, 하락은 0까지가 한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언젠간 내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장기간 보유하면 원금 손실 위험이 크다.
시장 흐름이 뚜렷하지 않은 구간에서도 레버리지 ETF 수익률은 복리 구조 때문에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수가 하루 +5%, 다음날 -5% 움직일 경우, 지수는 제자리지만 레버리지 ETF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된다. 첫날 100원이 110원이 되고, 다음날 10% 하락하면 99원이 되는 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방향이 뚜렷하지 않고 출렁일 경우, 레버리지 ETF 투자자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레버리지 ETF는 구조가 복잡하고 운용보수도 높아 일반 ETF보다 수익률이 깎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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