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의 과거가 다시 조명됐다. 자신 스스로 과거 음주운전 사실이 있었음을 털어놓았지만, 논란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사실 자체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은 대중의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실망했고, 충격을 받았으며, 어떤 이들은 배신감을 표현했다. “그럴 줄 몰랐다”는 반응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부여했던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의 심리적 충격이었다.

심리학은 이 현상을 ‘후광 효과의 배신’이라고 부른다.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과 성취가 그의 도덕성까지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질 때, 우리는 사실보다 더 큰 실망을 경험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실력, 성공, 성취를 보며 그의 인격까지 완성된 형태로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상이 깨지는 순간, 사실보다 더 큰 감정적 붕괴를 겪는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인물의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역사 속 인물들을 살펴보면, 후광 효과의 배신은 반복되는 인간사의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아동 교육과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인간 존엄의 가치를 설파했다. 그는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근대 교육철학의 기초를 세운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의 삶은 그의 사상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자녀들을 “연구와 사유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고아원에 맡겼고, 이후 그들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인간의 존엄을 말한 철학자와 자신의 아이를 외면한 개인 사이의 간극은 오늘날까지도 논쟁의 대상이다.
영국의 방송인 지미 새빌(Jimmy Savile) 역시 비슷한 모순을 보여줬다. 그는 평생 자선활동에 헌신하며 장애인, 병자, 빈민을 지원했고, 사회적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생전에는 ‘자선의 아이콘’으로 존경받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사후, 그가 봉사활동을 하던 기관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삶은 전혀 다른 의미로 재해석되었다. 사회적 공헌과 개인적 범죄가 한 인물 안에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깊은 충격을 남겼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런 논란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우리는 한 사람의 업적과 인격을 하나의 서사로 묶어 이해하려 한다. 기술 혁신을 이끈 인물은 도덕적으로도 흠이 없어야 하고, 사회적 공헌을 한 사람은 사적 영역에서도 완벽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결국 인간은 언제나 양면적인 존재라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의 성공을 보며 그의 인격까지 완성된 형태로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상이 깨질 때, 우리는 배신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배신은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기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신화로 보려 했기 때문이다.
임성근 셰프의 사례는 우리가 인간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회적 장면이다. 우리는 능력을 도덕성으로 환원하고, 성취를 인격으로 확장하며, 업적을 인간의 전체로 착각한다. 그리고 그 착각이 깨질 때, 우리는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다.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진 존재, 존경과 실망을 동시에 불러오는 존재, 성취와 오류를 함께 품은 존재.
문제는 인간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완전성이다. 어쩌면 성숙한 사회란 영웅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사회가 아니라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선을 갖는 사회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업적을 존중하면서도, 그의 인간성을 과장하지 않는 태도. 누군가의 잘못을 비판하면서도, 그를 하나의 오류로 환원하지 않는 태도. 그 균형을 잃는 순간, 우리는 언제나 같은 감정을 반복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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