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휴민트’(류승완)가 평론가들과 언론에 드디어 공개됐다. 극장과 영화산업 모두의 ‘사활 프로젝트’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휴민트’의 흥행 여부는 현재 한국영화에서 중요한 사안이다. 수년간 한국 영화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한 해 매출에서 1분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에 종사하는 모두가, 그리고 관객들 역시 오는 11일로 예정된 ‘휴민트’의 개봉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가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인 만큼 결론을 먼저 밝히자면, 이 영화 분명 류승완 감독의 역작으로 불리게 될 작품이 아닐지.
영화는 일종의 스파이 누아르다. 그의 전작 ‘베를린’(2013)의 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듯하지만 ‘휴민트’는 그보다 더 ‘류승완의 원형’에 가깝다. 이를테면 ‘베를린’의 스파이 서사에 ‘모가디슈’의 섬세한 센서빌리티, 그리고 ‘짝패’의 처절한 액션을 혼합한 형태랄까. 물론 이 모든 면면이 몇십 배는 더 진화한 형태로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이 예찬해왔던 고전 레퍼런스와 그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액션이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난다. 가령 영화에서 가장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인물의 등장 혹은 인물의 소개는 늘 화려하고도 완벽한 액션 시퀀스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조과장의 인물 소개가 이루어지는 (글의 서두에 언급한) 오프닝 시퀀스는 좁아터진 방에서 벌어지는 일대 다수의 액션 씬이다. 주인공이 악한을 물리치리라는 것은 지극히 예상가능한 설정이지만 관건은 그 과정이다. 방 안의 물건 숫자보다도 더 많은 인물들이 정확한 합으로 이뤄내는 액션 장면은 가히 장관에 가깝다.
이외에도 영화 속에는 오우삼의 ‘첩혈쌍웅’(1989), 윌리엄 프리드킨의 ‘프렌치 커넥션’(1971)을 떠 올리게 하는 빛나는 액션 이미지들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주지할 것은 영화의 치밀한 이야기 구성이다. 남북 요원이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는 서사는 과거 한국영화에서 남북 주인공들이 보여주었던 강박증적인 형제애도, 각자의 나라를 향한 애국심도 아니다. 이들이 움직이는 계기와 목적은 지극히 사적(업무와 관련이 없지 않다고 해도)이면서도 인간적인 명제에 기반한다.
분명한 쾌거이자 성취다. 류승완은 본인이 만든 영화세계를 추월하고 초월한 듯하다. 한동안은 이 영화 ‘휴민트’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고, 확신이기도 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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