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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코스피와 아틀라스의 운명

입력 2026-02-08 17:20   수정 2026-02-09 00:19

코스피지수가 작년 하반기 이후 급등세를 지속하더니 올해 1월 5000포인트 고지를 단숨에 넘어섰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수혜를 누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반도체 관련 기업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가운데 자동차, 조선·방산 기업도 합세하고 있다.

시장에서 해당 기업 수익성이 이미 대폭 올랐거나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에서 최근 코스피 상승은 이들 기업의 개선된 펀더멘털을 선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코스피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든 투자자의 관심사다. 코스피가 오를수록 하락 가능성 우려도 커지게 마련이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장기 전망은 일부 가능해 보인다.

지난 10년간 평균가 기준 코스피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4.5%, 4.2%로 별 차이가 없다. 종가 기준으로는 코스피 연평균 증가율이 7.9%에 이르지만 작년 하반기 중 이례적인 주가 급등을 제외하면 4.6% 수준으로 낮아진다. 분석 기간을 지난 20년으로 확대해도 숫자만 조금 다를 뿐 큰 그림은 대동소이하다. 이 같은 결과는 GDP로 대표되는 경제 펀더멘털과 코스피가 장기적으로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나라가 다른 주요 선진국과 달리 국제금융 중심 국가가 아니고 제로 금리, 양적 완화 같은 극단적 통화정책과도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 코스피와 경제 펀더멘털 간 동조화에 일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장기적 동조화를 전제한다면 최근의 코스피 급등세로 벌어진 코스피와 경제 펀더멘털 사이의 간극이 계속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다시 좁혀질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간극을 줄이기 위한 조정 과정에서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하락 폭은 벌어진 간극 크기에 비례해 커진다.

코스피에 선반영된 주력 기업 펀더멘털이 시차를 두고 경제 성장에 반영되겠지만 1%대로 주저앉은 잠재성장률로는 간극을 줄이기에 역부족이다.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코스피는 그동안의 약진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틀라스(Atlas)는 비운의 신이다. 타이탄족 일원인 아틀라스는 올림포스 신들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제우스 명령에 따라 서쪽 끝 땅으로 추방돼 영원히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았다. 이랬던 아틀라스가 인공지능(AI)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 CES 행사에서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아틀라스는 놀라운 성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틀라스 진가를 단박에 알아본 유가증권시장은 현대차 주가를 2025년 말 대비 70% 넘게 끌어올리며 화답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아틀라스 운명에 적신호가 켜졌다. 모든 현대차 사업장에 단 1대의 아틀라스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현대차 노조의 섬뜩한 으름장 때문이다. 출산도 하기 전인 뱃속 태아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다.

대기업 귀족노조는 과도한 법적·정치적 보호 속에 특권을 누리고, 사용자는 불합리한 규제와 정치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고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대차가 아틀라스를 개발한 이유이고, 노조가 아틀라스에 공개적으로 사형선고를 내릴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눈치 보기로 노조의 사형선고가 현실화하면 아틀라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과 극렬한 정치 투쟁이 국내에서는 노조 이익을 보호해줄지 모르지만 시장의 힘이 지배하는 국경 없는 무한 경쟁에서는 보호막은커녕 노사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독배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전쟁 승패를 가르는 것은 단단한 갑옷이 아니라 평소의 고된 훈련과 엄격한 규율이다.

밸류업, 주주 환원, 자사주 매입, 상법 개정 등 주가 부양을 위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의 부양 효과는 일시적이다. 구조개혁을 통한 저성장 탈출에 실패하면 무용지물이다. 아틀라스 로봇 운명 역시 성장에 기여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전쟁에서 패한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와 하등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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