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0일 10: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의무공개매수(Mandatory Tender Offer, MTO) 제도 재도입으로 국내 상장사 인수합병(M&A) 시장이 중대한 구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의무공개매수 발동 기준과 의무 매수 비율 등 M&A 시장의 활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1순위 쟁점들에 집중돼 왔다.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충분히 조명되지 않고 있다. 국내 현행 공개매수 제도는 오늘날의 글로벌 규제 현실과 상충되는 결함이 있다는 점이다. 많은 M&A 거래에서 기업결합신고, 국가안보 승인, 외국인투자 승인 등의 규제가 통상적인 요건이 된 현황에서, 이러한 승인 절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국내 M&A 시장은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상장사 M&A에 참여하는 잠정매수인은 줄고, 인수 경쟁은 약화되며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역시 훼손될 수 있다. 공개매수 제도의 기저에 있는 설계 결함을 바로잡는 것이 의무공개매수 논의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규제 승인 조건이 중요한 이유
의무공개매수는 본질적으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이다.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매수인이 나머지 주주들에게도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러한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소액주주가 충분히 보호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한 매도가 경쟁적인 M&A 과정을 통해 도출된 가장 높은 매도가에, 거래를 실제로 종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매수인에게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어떤 매수인이 실제로 거래를 종결할 수 있을지, 종결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많은 경우 규제 승인 요건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제도 설계상의 질문이 제기된다. 의무공개매수에 있어 규제 승인을 종결 조건으로 허용해야 하는가? 만약 그 답이 ‘아니오’라면,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글로벌 투자자나 한국의 대기업들과 같이 더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할 수 있는 주요 잠정 매수인들을 상장사 M&A 시장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 공개매수 제도의 구조적 결함
국내 공개매수 제도는 높은 수준의 거래 확실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되었다. 공개매수가 개시된 후에는 극히 제한적인 예외 상황에서만 철회가 허용되고, 종결 조건도 사실상 최소 매수량 조건과 최대 매수량 한도 정도만 허용된다. 이러한 제도는 공정거래위원회(KFTC)가 공개매수의 경우 사후 기업결합신고를 허용했기 때문에 국내 M&A 거래에서는 큰 문제 없이 작동해 왔다. 그러나 KFTC 기업결합신고 이외의 다른 중대한 규제 승인이 필요한 거래에서는 이런 구조가 근본적인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그동안 이 결함으로 인해 국내에서 공개매수가 자발적으로 M&A에 활용되는 데 제약이 있었고, 이는 소액주주 권익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았지만 다른 방식으로 M&A 거래를 완수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의무공개매수 제도 하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다양한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잠정 매수인들은 글로벌 규제 요건 때문에 국내 상장사 M&A 상당 부분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해, 공개매수에 규제 승인 취득을 종결 조건으로 둘 수 없다면, 매수인은 공개매수를 개시하는 순간 진퇴양난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만약 규제 승인 취득 전에 공개매수를 종결하면 해당 규제 위반이고, 승인을 기다리다 공개매수 기간 내에 종결하지 못하면 국내 법규 위반이 되는, 어느쪽도 받아들일 수 없는 법률 위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상장사 M&A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제한다면 상식적으로 어떠한 투자자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다른 선진국의 상장사 M&A 규제 승인 접근 방법
미국에서 상장사 M&A는 주로 대상회사 이사회와의 협상을 통해 체결된 합병계약에 따라 이루어지며, M&A에서의 공개매수는 일부 합병 구조의 일환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편이다. 합병계약에는 통상적으로 규제 승인 취득이 종결 조건으로 포함되며, 공개매수 역시 해당 승인이 확보될 때까지 매수 기간이 유지된다. 또한 합병계약에는 이러한 조건성이 남용되지 않도록 해당 조건을 충족을 위한 매수인의 구체적 노력 의무 등 보호 장치들이 당사자간의 협상을 통해 포함된다. 이러한 미국의 시장 기반 접근법은, 매수인이 공개매수와 병행해 상장사 지배주주와 별도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하는 한국 M&A 관행을 생각할 때 시사하는 바가 많다.영국의 경우, 상장사 M&A는 독립기구인 ‘Takeover Panel’(상장사 M&A와 공개매수를 감독하는 자율 규제기구)의 감독 하에 ‘Takeover Code’라는 법률의 틀 안에서 행해진다. 원칙적으로 매수인이 공개매수나 법원을 통한 M&A 인수 절차에 여러 조건을 걸어 거래 종결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기준의 규제 승인 취득 조건은 허용한다. 규제 승인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 Takeover Panel은 투자자 보호와 필수 규제 승인 절차의 수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양립하기 위해 공개매수 일정 조정(규제 승인을 획득할 때까지 매수기간에 대한 일시정지(stop-the-clock)조치 등)이나 공개매수의 실효를 허용하기도 한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게 공개매수를 중심으로 상장사 M&A가 이루어지며, 금융당국과의 밀접한 조율 하에 거래 종결의 확실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만큼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된다. 다만 일본은 공개매수가 규제 승인 취득을 종결 조건으로 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대한 규제 승인 요건이 있는 거래의 경우 공개매수 개시 전에 거래 조건과 승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사전공시(pre-announcement)하고 해당 규제 승인 취득을 완료한 후에야 공개매수를 개시하도록 함으로써, 공개매수의 조건부 종결에 대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실무적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거래 확실성과 글로벌 규제 현실 간의 정책적 균형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무적인 제도 개선 방안
의무공개매수 도입을 맞이하여, 다음의 구체적인 조치를 통해 국내 공개매수 제도를 현대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1.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규제 승인 사안은 공개매수의 종결 조건으로 허용하되, 그 상세내용(예상 일정과 주요 리스크 등)을 충분히 공시하도록 한다.
2. 당사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규제 심사 기간의 장기화 또는 예상할 수 없는 지연에 대비해, 영국식의 공개매수 기간 ‘일시 정지(stop-the-clock)’ 방식이나 일본식의 ‘공개매수 개시 전 중대 규제 승인 취득’ 방식 등의 장치를 두어 절차적 유연성을 도입해야 하다.
3. 공개매수와 병행되는 지배주주와의 별도 주식매매계약(SPA)을 계속 허용함으로써, SPA의 보호 조항들에 따른 매수인의 거래 종결 유인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
결론
의무공개매수 제도 개편은 국내 상장사 M&A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그러나 참여하는 잠정 매수인들에게 공개매수 제도의 결함으로 법률 위반 리스크를 강제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잘 설계된 의무공새매수 제도는 M&A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M&A활동을 촉진하는 촉매가 돼야 한다. 오늘날의 글로벌 비즈니스 규제 환경의 현실을 직시하고 공개매수에서 규제 승인 조건을 허용한다면, 소액주주 보호와 경쟁력 있는 M&A 시장 조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이재우(롭스앤그레이 서울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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