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센강을 따라 도시 전체를 오페라 무대로 삼았다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400㎞에 달하는 두 도시의 물리적 거리를 첨단 ‘빛’으로 엮어내며 올림픽 개회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난 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과 코르티나담페초의 설원을 실시간으로 연결한 개회식은 이탈리아어로 조화와 화합을 뜻하는 ‘아르모니아(Armonia)’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두 도시의 이름을 내걸고 열렸다. 개최국 이탈리아는 저비용·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신규 시설 건설을 최소화하기 위해 6개 지역에서 대회를 분산 개최하기로 했다. 빙상 종목이 주로 열리는 밀라노와 설상 종목이 펼쳐지는 코르티나담페초 사이의 거리는 400㎞ 이상.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위원회는 이원 생중계 방식을 도입해 총 4개 지역을 동시에 아우르는 혁신적인 연출을 선보였다.성화대 역시 밀라노의 ‘평화의 아치’와 코르티나담페초 ‘디보나 광장’에 각각 설치됐다. 단일 올림픽 공식 명칭에 두 개 지명이 포함된 것과 두 개 성화대가 동시에 점화된 사례 모두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분산 개최라는 현실적 제약은 오히려 이탈리아 전역을 하나의 거대한 축제장으로 만드는 ‘파격’의 재료가 됐다.
개회식은 18세기 이탈리아 신고전주의 조각의 거장 안토니오 카노바의 숨결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며 시작됐다. 무용수들은 신과 인간의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 카노바의 걸작 ‘큐피드와 프시케’를 무대 위에서 형상화하며, 이번 대회의 핵심 가치인 ‘조화’를 시각적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어 주세페 베르디와 자코모 푸치니 등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오페라 거장들의 탈을 쓴 출연진이 등장해 스타디움을 거대한 오페라하우스로 탈바꿈시켰다. 이들과 함께 음표를 형상화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가 선율을 그리듯 무대를 가득 채웠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는 인류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빨강, 파랑, 노랑의 3원색이 이탈리아의 자부심인 ‘트리콜로레(Tricolore)’로 치환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무대 위 무용수들이 뿜어내는 원색의 에너지는 암전된 산시로 상공에서 쏟아진 레이저와 만나 알프스의 숲을 닮은 초록(green), 만년설의 순수함을 머금은 순백(white), 그리고 이탈리아의 열정을 담은 빨강(red)으로 시시각각 변주됐다. 400㎞라는 물리적 거리를 가로질러 두 도시 하늘을 하나의 캔버스로 묶어낸 이 빛의 향연은 “파리의 거친 에너지와 대조되는 정교한 오페라”(영국 가디언)라는 찬사를 자아냈다.
태극기를 앞세운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탈리아 알파벳 순서에 따라 22번째로 당당히 입장하며 현지 관중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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