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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롱제비티(longevity)

입력 2026-02-08 17:27   수정 2026-02-09 00:21

15세기 말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가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의료진은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했다. 10대 소년 세 명의 피를 뽑아 교황에게 경구 투여했다.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세 소년은 과다 출혈로 사망했고 교황 역시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

젊은 피를 수혈해 생명을 연장하거나 불로장생하려는 시도는 끊이질 않았다. 16세기 헝가리의 한 귀족 여인은 젊은 여성의 피로 목욕하면 피부 탄력이 유지된다는 말에 현혹돼 수백 명의 하녀를 제물로 삼았다가 성에 유폐된 채 생을 마감했다. 레닌의 동지였던 러시아 공산주의자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는 ‘혈액 교환’으로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 자신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하다가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요즘 강남 자산가 사이에서 ‘피 갈이’가 유행이라고 한다. 과거의 위험천만한 방식에 비해 훨씬 과학적이긴 하다. 자기 피 100㏄ 정도를 채혈한 뒤 ‘유포톤’이라는 독일산 장비를 통해 산소 투과와 단파장 자외선 조사 뒤 정맥에 다시 투입해 면역력 향상을 꾀한다는 것이다. 한 회 수십만원의 비용에도 몇 달 치 예약이 밀려 있다고 한다.

이런 ‘포톤 테라피’도 ‘롱제비티(longevity)’의 일환이다. 장수를 뜻하는 롱제비티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즉 ‘골골 백세’가 아니라 ‘팔팔 백세’를 추구한다. 롱제비티는 요즘 산업계에서 가장 핫한 분야 중 하나다. 올해 CES에서도 30초 동안 서 있으면 노화 정도를 점수로 계산해주는 900달러짜리 ‘장수 거울’ 등이 단연 화제였다.

미국 빅테크들도 ‘회춘 전쟁’에 들어갔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노화는 숙명이 아니라 고쳐야 할 질병”이라며 노벨상 수상자들로 팀을 구성해 대대적 불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본인의 건강관리에 연간 수백만달러를 쓰는 실리콘밸리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의 슬로건은 “돈트 다이(Don’t die)’다. 그러나 의학적 발전이 생물학적 제약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의학계 권위자들이 공통으로 꼽은 롱제비티의 5원칙이 있다.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이 네 가지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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