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발표됐다. 2019년 이후 제롬 파월 의장과 갈등을 겪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12명의 후보를 놓고 1년 이상 검토해오다 케빈 워시를 지명했다.최대 관심사인 워시 지명자가 Fed 의장으로 취임한 후 통화 정책이 어떻게 운용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Fed 목표에 대한 입장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워시는 Fed 이사로 근무할 당시 민감한 사안에 관해선 한 번 더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체크 스윙을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양대 책무(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는 유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방안도 독특하다. 대차대조표(B/S)상 양적긴축(QT)을 지속 추진해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부터 잡아 금리 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국채금리가 오르는 수수께끼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
기준금리 인하 후 더욱 불안해질 물가를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에 관해서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생산할수록 공급 능력이 확대되는 AI가 발전하면 1990년대 후반 ‘고성장 아래 저물가’의 신경제 국면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데는 모교인 스탠퍼드대 시절 인연이 있던 존 테일러 교수가 창안한 준칙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으며 그것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방법 중 하나가 ‘테일러 준칙’이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따라 도출된 적정 수준보다 높다. 2022년 3월 이후 Fed의 금리 인상이 얼마나 급하게 단행됐는지를 입증해주고 있다. 2021년 5월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거질 당시 ‘일시적’이라고 오판하고 오히려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해 위험을 키운 Fed가 뒤늦게 ‘볼커 모멘텀’으로 대처해 온 결과다.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높은 여건에서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Fed 통제권에 들어오면 통화정책은 ‘경기 부양’ 쪽으로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게 파월 의장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면 경기를 침체시키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높다면 얼마까지 낮출 것인가. 테일러 준칙에 따라 적정 수준을 산출하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물가와 고용에 대한 정책 의향 계수를 중립으로 놓으면 연 3.5%로 나온다.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에 근접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근거에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 의향 계수를 반영한 적정선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언급한 연 2.5% 내외다. 현재 기준금리 밴드(연 3.50~3.75%)의 하단보다 1%포인트 낮다. 0.25%포인트씩 내린다면 네 차례 인하해야 한다. 적정선이라고 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기준금리를 연 1% 밑으로 낮춰야 한다. 베선트 장관과 어떻게 조율해 나가느냐로 기준금리 수준이 결정될 전망이다.
워시 지명 후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었지만 최종 4명 후보 중 가장 합리적으로 평가된 만큼 조만간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Fed 독립성과 달러화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감안할 때 탈법정화폐 거래로 지난 1년간 거침없이 오른 귀금속 가격 역시 제자리를 찾아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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