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찾은 카타르 도하 곳곳에 적갈색 아트바젤 깃발이 펄럭였다. ‘미술시장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적 미술장터답게 행사장인 M7과 도하 디자인지구의 절반을 피카소 등 서구 거장 작품과 미국, 유럽에서 온 미술시장 ‘큰손’들이 채웠다. 다만 인상은 서구에서 열린 아트바젤 행사와 사뭇 달랐다. 중동 전통 의상인 토브와 니카를 입은 귀빈과 중동 작가 작품이 행사장의 나머지 절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오일 머니’가 샘솟는 중동에서도 카타르는 손꼽히는 부국이다. 하지만 자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약점이다. 카타르가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 20년 전부터 문화예술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이유다. 목표는 최고 예술품과 건축으로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것. 카타르가 올해 중동 지역 최초로 아트바젤을 유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주인공은 카타르 국왕의 동생인 셰이카 알마야사 공주(43·사진)다. 카타르 박물관청(QM) 의장인 그는 연간 미술품 구매에만 10억달러(약 1조4650억원)를 쓰는 미술계 큰손이다.
4일 카타르 국립박물관에서 알마야사 공주를 국내 언론 최초로 인터뷰했다. 그는 “아트바젤 카타르는 도하를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한국 문화의 발전 과정을 적극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은 알마야사 공주 인터뷰를 시작으로 중동 국가의 문화 전략과 현장을 조명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BTS가 부른 월드컵 주제가 언급…"K팝과 K컬처의 역동성이 롤모델"
지난 5일 도하 카타르 국립박물관에서 만난 셰이카 알마야사 공주의 말은 속사포처럼 빠르면서도 명쾌했다. 매년 수조원을 쓰며 국가의 미래를 건 문화정책을 진두지휘하는 ‘브레인’다웠다. 공주는 “이전에도 아트바젤 개최 제의를 받았지만 우리가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며 “이번 행사는 중동 지역에 현대미술의 가치를 알리고, 세계에 ‘아트 허브’로서 카타르의 매력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알마야사 공주는 “이슬람 문화와 현대미술은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매우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사회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전시를 기획할 때도 대중을 불필요하게 도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우 관용적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소통하는 데 예술만큼 강력한 수단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가 이런 ‘공존’의 대표적 예시입니다.”
판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일각의 평가와 관련해서는 “인정하지만 성과는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아직 중동 부자들에게는 부동산과 자동차, 귀금속 대신 미술품을 사는 문화가 일반적이지 않지만 이번 행사로 잠재 고객이 급증했다”며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과의 ‘문화 경쟁’에 대해선 “지역 전체의 문화 생태계가 강해지는 선순환 구조”라고 평가했다. 지난 1월 3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막한 디리야 비엔날레를 찾은 관객 중 상당수가 아트바젤 카타르 행사에도 참석한 것을 예로 들었다. 중동 전체가 하나의 문화 블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알마야사 공주는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연설에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부른 공식 주제가 ‘드리머스’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첨단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K팝과 K컬처의 역동성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다”며 “‘우리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기에 그것을 현실로 만든다’는 드리머스의 가사처럼 카타르도 예술을 통해 지식경제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겠다는 꿈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