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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도 못 돌려주면서, 파산해 버리면 어떡하나요 [김용우의 각개전투]

입력 2026-02-10 07:00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금융권에 의존해온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채 부담이 심각해져 정부의 고민이 깊습니다. 정부는 '배드뱅크'를 도입해 7년 이상 장기 연체 중인 무담보 채무자에 대해 일부 채무를 면제해 주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 아니냐', '성실 상환자만 손해 본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파산, 면책은 다른 문제
연체율 증가와 맞물려 개인회생과 파산 신청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더는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게 됩니다. 법원은 채무자의 자산, 소득, 채무 규모 등을 검토한 뒤 도저히 갚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파산을 선고합니다. 이는 법원이 채무자의 경제적 파탄 상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절차입니다.

파산이 선고되면, 채무자의 보유 재산은 환가돼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됩니다. 그러나 채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파산은 재산 정리에 불과하고, 채무의 소멸은 별도의 '면책' 절차를 통해 이뤄집니다.



채무자는 보통 파산과 면책을 함께 신청합니다. 법원은 서류를 검토하고 채무자를 심문한 뒤, 면책 사유가 충족됐는지를 판단합니다. 다만 세금이나 벌금 등 공적 채무를 면하려 하거나, 허위의 재산 신고, 사치나 도박 등으로 고의로 재산을 줄인 경우라면 면책이 허가되지 않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564조 제1항). 면책이 거절되면 채무자는 파산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액의 채무를 짊어져야 합니다.

물론 면책받았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면책 결정을 받은 채무자를 별도로 관리합니다. 그래서 대출, 신용카드 발급, 통신 요금 분할 납부 등을 못 합니다. 보험 가입이나 자동차 리스도 거절당합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있더라도, 평생 빚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면책을 통해 경제적 재기를 준비하는 것이 채무자로서는 현실적이겠지요.
전세금 못 돌려준 임대인이 면책까지 신청했다면?
그런데 최근에는 임대인마저 파산과 면책을 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갭투자'한 임대인은 다음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반환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거나 세입자 수요가 줄면,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전셋값이 내려가면서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임대인이 파산을 신청하면 어떻게 될까요? 보증금 반환과 관련해 임대인은 채무자, 임차인은 채권자의 지위에 있게 됩니다. 다행히도, 실입주와 전입신고를 완료한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청구권은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호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 따라서 임대인의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임차인은 일반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은 임대인이 파산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채무자회생법 제415조).



문제는 임대인이 보유한 부동산 자체가 경매에 나오더라도 제대로 된 가격에 낙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또 애초에 다른 담보권자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어 임차인의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청한 면책을 법원이 허가하면 어떻게 될까요?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 멱살이라도 잡고 싶을 것입니다. '보증금도 못 돌려주는 임대인이 어떻게 면책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채무자회생법 제564조 제1항이 정한 몇 가지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법원은 면책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임대인이 고의로 보증금을 떼먹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면책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 있었다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보증금을 지급합니다. 이후 HUG가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한 한 임차인은 보증금 2억원으로 빌라를 임차했습니다. 임대차 기간 만료 후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자, HUG는 보증 사고로 보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은 이미 보증금 반환 전에 파산 및 면책을 신청했고, 법원은 면책을 허가한 상태였습니다. 이때 HUG는 자신의 권리는 면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HUG가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은 구상금입니다. HUG가 임차인에게 대신 지급한 임대차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임대인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채권자 목록에 A씨만 기재하고 HUG를 누락했습니다. 임대인으로서는 전세 보증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임차인에게만 보증금을 반환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HUG는 임대인이 분명히 보증보험 사실을 알면서도 채권자 목록에 고의로 자신을 누락했다며 면책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급심 법원은 HUG 주장을 받아들였고, 임대인이 HUG에게 보증금을 다시 지급하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가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파산 신청서에 기재했기 때문에, HUG를 누락한 것이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HUG에 대한 채무도 면책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2다247378 판결).
임대인 면책된 이상, 부동산 우선변제를 노려야
그렇다면 임차인이나 HUG는 보증금을 완전히 날리는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임대인의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면, 그 환가 대금에서 전세보증금에 대해 먼저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최우선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체납한 국세나 경매 비용, 그리고 임대인이 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임대인이 운영한 사업자의 근로자에 대한 3개월의 임금과 3년 치의 퇴직금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보다 우선될 수 있습니다. 경매로 인한 세금(당해세)이나 비용도 물론입니다.

그리고 빌라가 제값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경매가 유찰되어 낙찰가가 낮은 경우에는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의 파산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임차인으로서는 비용이 조금 들어도 미리 보증보험을 들어놓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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